사태는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덕여대가 최근 발표한 ‘비전 2040’ 발전계획안에 남녀공학 전환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촉발됐다. 학교 측은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라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학교를 믿지 못했다.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동덕여대는 2022년 독일어과·프랑스어과 통폐합, 지난 3월 무전공 입학이나 새 단과대 신설 등을 결정할 때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부쳐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강하게 시위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일방 통과될 거라는 불안감이 컸다고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비단 동덕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덕성여대는 대학평의원회의 반대에도 독문·불문과 폐과를 강행했고, 대구대에서도 사회학과 폐과 소식에 재학생들이 자퇴하고 동문들까지 ‘사회학과 장례식’을 치르는 심한 내홍을 겪었다. 현재 성신여대에서도 국제학부가 외국인 남학생을 받기로 해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걸 감안하면, 대학내·대학간 구조조정으로 인한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방적 강행이 능사가 아닌만큼, 대학들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학내 협의체 등 다양한 소통 기구를 꾸려 학생들을 논의 주체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성찰할 지점이 있다. 학생들이 ‘여대’의 상징성과 사회적 소명을 옹호하는 것은 교제살인으로 한 해 최소 100여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고, 무차별 딥페이크 확산으로 여성들의 인격권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동덕여대 시위 과정에서 인터넷에 여성 혐오 댓글이 난무하고, 학교 밖에 신남성연대 회원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동덕여대는 학생들의 시위에 ‘불법’ 딱지를 붙이기 앞서,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상호 신뢰부터 회복할 필요가 있다. 소통 부재로 인한 불필요한 학내 갈등 격화는 학교 운영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이후 대학 구성원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이번 사태와 학교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 중인 동덕여대에 학생들이 붙인 반대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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