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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절망했거나 혹은 게으르거나···'쉬는 청년'을 보는 두 개의 시선 [World of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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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중국·인도 등 청년 5명 중 1명 "그냥 쉰다"

지나친 경쟁 속 아프고 지친 청년들의 포기일까

편하고 쉬운 일만 찾는 제멋대로의 결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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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심각한 취업 난의 여파로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일하지 않고 일하고 싶지도 않은 이른바 ‘니트(NEET)’들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업무만 하면서 눈에 띄지 않게 지내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나 ‘돈보다 편한 일’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대세가 됐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일하지 않는 삶’으로 이끌고 있는 걸까.

‘쉬는 청년’에 고민하는 세계
20대가 ‘한창 일해야 할 나이’라는 건 옛말이다. 청년들이 일하지 않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 통계청(ONS)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월 기준 영국에서 노동이 가능한 인구(16세~64세) 가운데 약 20%에 해당하는 925만 명이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쉬고 있는데 이중 300만 명 이상이 25세 미만 청년 층이다. 영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4년 전인 2020년 2월 885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40만 명이 불어났는데 35~64세 사이는 줄어든 반면 16~34세 사이의 ‘쉬는 청년’은 더 늘어났다고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16~24세 청년의 실업률은 지난해 6월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만히 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청년들을 일컫는 ‘탕핑족’이나 가사 생활을 전담하며 부모에게 월급을 받는 ‘전업자녀(全職兒女)’ 등의 청년을 포함하면 실제 일하지 않는 청년은 전체의 40%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나치게 높은 실업률에 중국 국가통계국은 6개월 간 아예 관련 통계 발표를 중단하기도 했다. 올해 1월 발표가 재개된 청년 실업률은 14.9%로 대폭 낮아졌는데 학교에 적을 둔 청년 6200만 명을 실업률 계산 대상에서 제외한 결과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면 재학생이라도 취업·실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2월에는 15.3%로 소폭 올랐다.

초고속으로 성장 중인 인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ILO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청년 실업률은 2022년 기준 12.4%로 성인 실업률보다 12배 이상 높았다. 특히 대학원 학위를 취득한 인도 청년들은 3명 중 한 명(29.1%)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중등 이상의 교육을 받은 청년의 실업률(18.4%)이나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3.4%)에 비해서 월등히 높았다. 교육이나 구직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쉬는 청년’의 비율도 늘었는데, 고학력 인도 여성의 경우 전체 청년 실업자의 76.7%를 차지하며 그냥 쉬는 ‘니트’도 48.4%나 됐다.



지치고 병든 청년들의 ‘적극적 포기’

‘쉬는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이들이 처한 곤경이 안쓰러운 사람들이 있다. 역사적으로 많이 배웠고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역사적으로 취업과 내 집 마련 등의 자산 형성이 어려운 세대가 바로 요즘 청년들이다. 이들의 고통은 취업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찾아온다. 작가이자 기업가인 마가렛 헤퍼넌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젊은이들의 구직 활동이 여느 때보다 비참하다”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요즘 취업 시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가장 인기 있는 구직 웹사이트에 ‘초급’ 또는 ‘주니어’로 검색을 했더니 대부분 최소 3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만이 수십 페이지 펼쳐졌다. 첫 경력을 쌓으려는 젊은이들에게 ‘당신은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이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누구라도 좌절하게 된다. 어렵게 신입 공고를 발견해 공들여 이력서를 써내지만 이미 ‘대세’가 돼 버린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슥 훑어 본 후 거절한다. 구직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그저 세상이 자신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사실만 알게 된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직업 세계에서 완전히 소외된 느낌을 받는다. 이건 내가 겪어본 것 중 가장 비인간적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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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굴욕을 반복하다 보면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 건강의 문제가 찾아오기도 한다. 영국의 독립 싱크탱크 레졸루션파운데이션(재단)에 따르면 아파서 ‘병가’를 내고 쉬는 영국인이 2019년 200만 명에서 현재 270만 명까지 늘었는데 이는 거의 기록적인 수준이다. 재단은 또 2월 “20대 초반 사람들이 40대 초반 사람들보다 건강 악화로 인해 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때의 ‘건강 악화’란 우울증과 번아웃(소진), 스트레스, 불안과 같은 정신 건강과 관련된 것이다. 재단의 경제학자 루이스 머피는 “건강 악화로 일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2배로 증가했다”며 “경력의 초기 단계를 놓친 청년들은 평생 소득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 건강의 위협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현상은 중국의 ‘탕핑’ 문화일 것이다. 가만히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탕핑은 청년층이 경험하는 극도의 무력감과 우울감이 표현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달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인용한 중국 후난성 중난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10~19세 중국 청소년 1억 5600만 명 중 5%가 넘는 900만 명 이상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조용한사직 #LAZYGIRL_JOB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이른바 Z세대는 “그저 게으른 것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기업가로 Z세대를 고용한 경험이 있는 38세의 제임스 맥닐은 최근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종종 20대의 입사 지원을 받았지만 면접 시간에 나타나지 않거나, 혹은 준비가 전혀 안 된채로 늦게 나타났다”며 “일부는 전화받는 것을 두려워했고, 모든 일을 이메일이나 문자로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37세의 제이드 아넬도 Z세대와의 근무 경험이 ‘열악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휴가가 32일이며, 지원을 받아 새로운 분야에 대한 교육도 받게 해준다”며 “하지만 어린 직원들은 모든 자원을 원하면서도 그 대가로 아무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만의 경험과 공간, 자신이 원하는 것 외에는 다른 사람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고, 더 큰 그림을 보지 않았다”며 “하루종일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 3시에 술에 취한 채로 일을 하는 것이 왜 용납될 수 없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직원들과 갈등을 겪은 적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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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사회현상이 틱톡에서 유행하고 있는 #조용한사직이나 #LAZYGIRL_JOB과 같은 해시태그이다. 몰입이나 다양한 참여를 통해 회사에 기여하기 보다는 최소한의 업무만 하겠다는 ‘조용한 사직’의 유행은 기성 세대들로 하여금 Z세대가 게으르고 일을 꺼린다는 인상을 준다. 또 ‘게으른 소녀의 직업’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LAZYGIRL_JOB’은 말 그대로 게으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유연하고 편한 직업을 의미한다. 스트레스가 적으며 삶과 일의 무게 추가 일보다는 삶쪽으로 기울어진 일. Z세대에게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버는’ 일자리가 자랑이다.

금융 칼럼니스트인 매튜 린은 최근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조용한퇴사’와 ‘레이지걸잡’ 등의 밈과 팬데믹 당시 일하지 않고 받는 수당에 길들여진 청년 층은 경제 생산성에 기여하지 않아도 생계비를 받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 주어진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비꼬았다. 또 이어 “(20대는) 학교와 대학을 다니면서 자신에게 집중하고, 어떤 형태의 비판도 거부하며, 다른 무엇보다 건강을 우선시하라고 배운 것 같다”며 “이들이 제대로 된 직장의 거칠고 험난한 환경을 거부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칼럼니스트 애나벨 던헴도 “많은 젊은이들이 실제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겠지만 일부는 심각한 정신질환과 정상적인 감정 변동을 구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100% 컨디션이 아니라면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믿음이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기업 VS 청년’ 어느 쪽이 고집을 꺾어야 할까

이건 결국 변함 없는 조직과 변화를 바라는 세대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일들일 것이다. 조직은 신입 사원 혹은 청년이 조직의 관성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청년은 왜 바뀌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채 정신건강이 위협을 받을 정도로 내몰린다. 그럼 누가 변해야 하는 걸까. 안일한 결론이지만 결국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먼저 직장이 Z세대에 익숙해져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25년 전체 노동력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다르게 엄격한 기업 문화나 긴 근무시간, 강압적인 상사와 같은 유해한 직장 문화를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는 “부머 세대가 은퇴한 자리를 Z세대가 대체할 것이며, 이들은 커리어와 직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완전히 다른 세계관과 관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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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내고 커리어를 쌓는 일을 적극 추구한다는 점도 사뭇 다르다. 종신 고용이 유물이 되고 일생에 3개 정도의 직업 변화는 각오하고 있는 이들은 최대한 빨리 능력을 기르고 커리어를 쌓기를 바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월 Z세대 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일에서 중요시하는 부분은 “지식과 경험이 늘어나는 것(30%)”, 그리고 “성과를 내는 것(30%)”이었다. 이들은 ‘나만이 낼 수 있는 결과를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고 성장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자 한다. 기술 향상과 책임감 있는 일의 기회가 없는 조직에 과감히 사표를 내는 이유다.

다만 Z세대 역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때다. 청년들을 위한 잡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쇼산나 데이비스는 “Z세대와 소통하다보면 그들이 매우 야심차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걷기도 전에 뛰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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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일의 기쁨과 실망’ 속에서 몸부림치곤 합니다. 그리고 이는 옆 나라와 옆의 옆 나라 직장인도 매한가지일 겁니다. 먹고 살기 위해선 결코 피할 수 없는 ‘일 하는 삶’에 대해 세계의 직장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매주 토요일 ‘The World of Work’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글로벌 미생들의 관심사를 다뤄보겠습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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