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 기대 뒤로 밀리고
한은 외환시장 개입 의지 기대감↓
“당국 개입 없으면 1400원까지 봐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외환시장 개입 의지가 없다고 해석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5.14포인트(0.93%) 하락한 2681.82로 장을 마친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 오른 1375.4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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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1.3원 오른 137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이자,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전장보다 3.6원 상승한 1367.7원에 개장한 뒤 오후 중 오름폭을 키워 1375.5원까지 뛰었다.
달러는 이날 아시아장에서도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에서 고물가가 지속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뒤로 밀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까닭이다.
여기에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의지가 드러나지 않은 점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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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은은 4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3.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밀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라면서 “환율이 우리나라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학개미도 많고, 우리나라의 해외순자산도 크게 늘면서 환율 변화에 따라서 경제위기가 오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특정 레벨을 타케팅하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일본의 엔화 절하가 크고, 중국 위안화도 절하 압력 받고 있다”면서 “주변국 통화 영향으로 (원화가) 우리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되고 있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 펀더멘털과 달리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서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367원 부근에서 정체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이후 상방 압력이 확대되며 나홀로 급등세를 보였다.
한 은행 딜러는 “이 총재가 지금의 원·달러 환율 수준이 엔화나 위안화와 비교해 당국이 개입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어 이 정도는 당분간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높은 경제 회복력과 고물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방은 계속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당분간 달러 강세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분기점이 잘 보이지 않아 원·달러 환율의 상방을 1400원까지 봐야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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