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앞줄 왼쪽 셋째)와 이해찬(앞줄 왼쪽 넷째)·김부겸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앞줄 왼쪽 둘째), 홍익표 원내대표(앞줄 맨 왼쪽)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10 총선에서 공중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4년 더 국회를 장악하게 된 셈이다. 민주당은 한때 공천 파동으로 수세에 몰렸지만 전면에 내세운 '정권심판론'이 제대로 먹히면서 단독 과반은 물론 야권의 압승을 이뤄냈다.
4년 전 비례대표를 합해 180석을 달성했던 민주당은 개표가 진행 중인 이번 총선에서는 11일 오전 0시 30분 기준 비례대표를 포함해 17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역대 총선에서 야당이 정권심판론을 등에 업고 이 정도로 압승한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의 압승은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인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민심을 무시한 결과는 이렇게 무섭다"고 자평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많은 국민이 희생된 대형 사고에 대한 정부 책임을 끈질기게 추궁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을 통해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과 주가 조작 의혹을 정치 쟁점화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후 12건의 특검법을 발의하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헌정사 최초로 가결시키기도 했다. 장관·검사 등에 대해 9번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8번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는 데 쓰일 장작들을 차곡차곡 쌓던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계파 갈등에 휩싸였다.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동반 탈당하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까지 탈당해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했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감점 페널티를 받는 현역 의원 하위 20%에 비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계파 갈등이 폭발했다.
민주당의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친명횡재'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총선 전망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한 유튜브에서 "이러다 정말 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천 갈등을 빠르게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했다. 이 대표는 김부겸 전 총리,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하고 3각 편대를 구성했다. 이 대표가 재판으로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을 때는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이 박빙 지역과 험지를 누비며 이 대표의 공백을 메웠다.
여기에 '비명횡사'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용진 의원이 당의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을 수용하고 선거운동에 동참하면서 당내 갈등 이슈는 빠르게 가라앉았다. 국민의 시선이 정권심판론에 집중될 수 있었던 이유다.
총선 직전 발생한 이종섭·황상무 논란은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의정 갈등이 장기화한 것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호재였다. 선거운동 막판에 김준혁 민주당 후보(경기 수원정)의 막말 논란,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의 편법 대출, 공영운 후보(경기 화성을)의 '아빠 찬스' 논란 등 국민 정서에 민감한 악재들이 잇따라 터졌지만 이미 불이 붙을 대로 붙은 정권심판론을 뒤엎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은 '비조지민(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지역구는 민주당)' 효과를 극대화하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 지역구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주는 꼴이 됐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여론조사를 보면 조국혁신당이 등장하면서 민주당 지역구 후보들의 지지도가 함께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조국혁신당이 결과적으로 진보·중도 연합을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대승의 1등 공신은 이 대표가 아니라 조국 대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어쨌든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비명횡사' 공천 논란 등을 딛고 자신의 운명이 걸린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2년 전 대선 결과를 설욕하게 됐다. 또한 2026년 6월에 지방선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대표의 차기 대권가도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야권이 180~190석 정도의 의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입법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 사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하면서 쟁점 법안이 법사위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또 야권이 최종 개표에서 200석 이상을 얻는다고 해도 이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확률은 높지 않다. 민심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는다면 역풍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전경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