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10일 서울 중구구민회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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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압승이 현실화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현안인 의료개혁부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데다 야권의 각종 특검 공세를 방어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종료 후 발표된 지상파 KBS·MBC·SBS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00석 확보도 힘겨워 보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 등 범야권은 200석 안팎의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힘은 앞서 범야권의 200석 확보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며 국민에게 읍소까지 했지만 민심은 끝내 등을 돌렸다. 지난 7일 4선 중진인 권성동·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4선을 지낸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서울 동작을)은 "대한민국을 지킬 최소한의 힘을 달라"고 호소에 나섰다. 이들은 '거야 200석'이 대통령 탄핵과 국정 마비를 초래할 것이라며 "최소한의 균형, 최소한의 저지선을 만들어달라"고 읍소했다.
범야권 200석 확보가 현실화되면 여의도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통령실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야권이 개헌이 가능한 200석 이상을 가져가는 일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전례가 없다. 범야권이 가진 권한은 개헌과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무력화, 대통령 탄핵, 국회의원 제명 등 사실상 무소불위의 힘과도 같다. 물론 개헌안은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민투표를 거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에게 찬성을 얻어야 한다. 탄핵소추안 역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범야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레임덕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윤 정부는 여소야대인 제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벽에 부딪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주요 국정과제를 관철하지 못한 바 있다. 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대선을 겨냥한 정권 교체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국정 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가장 먼저 범야권이 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재추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범야권이 200석을 넘으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9일 "범야권이 200석을 얻는 것을 전제로 말하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개헌이 아니다"며 "범야권 200석이 확보되고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하반기에 김건희 씨가 법정에 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당이 입법 주도권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민주당 주도의 법안을 재의요구권 행사로 막았지만 이 역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0석에는 못 미치더라도 범야권이 180석 이상만 확보하면 안건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 단독 처리 등을 통해 강한 입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 통과를 막아낼 수는 있으나 잦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예상된다. 일단 민주당 단독으로 무난히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직, 예산안을 포함한 각종 법안 처리,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동의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권 등도 민주당에 돌아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조기 레임덕 때문에 윤 정부가 추진해오던 개혁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의료개혁으로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면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추진해오던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 3대 개혁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입법을 통해 이뤄야 할 개혁이 모두 멈춰 설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10일 공식 일정 없이 관저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우제윤 기자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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