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반영 어려워…전화 여론조사 새로 도입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1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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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는 게 당연하다'는 출구조사가 이번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사전투표 유권자 선택을 얼마나 잘 포착해내느냐가 핵심. 이번 총선에선 2022년 대통령선거처럼 사전투표에 대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31.28%를 기록하면서, 역시나 역대급 난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는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2,000여 개 투표소, 투표자 약 5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3사로 꾸려진 방송협회 산하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orea Election Pool‧KEP)가 조사 주체다.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입소스주식회사 등 3개 조사기관, 약 8,900명의 조사원이 대거 동원된다. 투입 예산은 72억8,000만 원 정도다.
특히 이번 총선은 7~9일까지 사흘간 경합 지역구 55곳, 5만 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20대 대선 때부터 적용한 방식으로, 사전투표 예측득표율을 더함으로써 출구조사의 정확성을 한층 높이려는 시도다.
번번이 예측 실패한 총선 출구조사…작은 표본이 문제
방송3사 출구조사 및 개표 결과. 송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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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는 지난 6일간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없는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 이후 처음 공개되는 표심 지표다. 투표를 막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 여론조사보다 정확한 지표로 기대를 받는다. 선거 당일 오후 6시, 투표를 끝낸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20분 남짓한 출구조사 방송에 집중하는 이유다.
그러나 출구조사는 유독 총선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총선을 '출구조사의 무덤'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확도에 있어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와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지상파 방송3사가 경합 지역구 80여 곳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벌였다가 21개 지역구에서 예측이 틀려 다음 날 사과방송을 했다. 2012년 19대 총선은 더 처참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비슷한 의석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민주통합당 127석, 새누리당 152석의 결과가 나왔다.
이렇듯 '헛방'을 쏘는 원인은 조사 방식에 있다. 출구조사는 통상적으로 투표소 출구로 나오는 5번째 투표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추출법에 의존한다. 문제는 254개에 달하는 각 지역구 유권자 구성을 대표하는 표본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모수가 클수록 정확도는 높아지기 마련인데 소선거구제 특성상 표본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당장 오차범위 5%포인트 차이로 결과가 갈릴 경합 선거구만 전국 50여 곳에 이른다.
보정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전화여론조사→80여 개 경합 지역구 출구조사→전 지역구 출구조사 등 조정작업에 나선 것이다. 2010년부턴 KEP를 꾸려 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입소스주식회사 등 3개 조사기관이 공동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덕분에 제1정당은 못 맞혔지만 2016년 20대 총선 출구조사에선 방송3사 예상 범위 안에서의 결과(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를 얻어냈다.
조정 통한 오차 극복…사전투표 예측 방법 개선
총선 사전투표율 상하위 3곳. 신동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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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전투표가 출구조사의 직접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분명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의 표심에 차이가 있을 텐데,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3사와 KEP는 사전투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부터 사전투표자의 지역, 성별, 연령대 등의 통계자료를 받아 본래 출구조사 표본에 대입해왔다. 그러나 KEP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같은 연령과 성별이라면 사전투표 참여자와 당일 투표 참여자가 같은 성향을 가질 것이라고 가정했다"며 "그러나 그동안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같은 30대 남성이라고 해도 사전투표를 하는 유권자들과 당일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의 성향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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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구조사서 첫 전화여론조사 반영…방법론 시험대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 유권자들을 별도로 분석해야 출구조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기존 사전투표 예상 득표율 산출법을 버리고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한 20대 대선에서 출구조사가 소수점까지 맞혔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2021년 학술 논문(천승호 고려대 석사과정·임요한 고려대 석‧박사통합과정)에서 "진보‧보수 효과에 편향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전투표자와 당일 투표자 사이에 선거 관심도, 정치적 태도, 연령, 직업 등에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선거구를 타기팅해 산출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당일 투표자 출구조사와 사전투표 전화조사 결과를 병합한 방식이 정확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득표율은 방송3사와 KEP가 출구조사 득표율에서 진보정당 대선 후보에 5%포인트를 더하고, 보수정당 후보에 5%포인트를 빼 계산한 사전투표 예측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대선이 사전투표율에서 최고를 기록했던 만큼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계열 정당이 유리하다'는 속설을 수치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데이터의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선관위는 비밀투표 원칙에 따라 지역 또는 투표소별 개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출구조사 산출 방법과 데이터는 방송3사와 KEP의 '영업비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선거연구원은 2014년 방송3사의 출구조사 데이터를 선관위가 제공받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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