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둘째)이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총선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최재형 후보(맨 왼쪽),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왼쪽 셋째), 이혜훈 후보(맨 오른쪽)와 함께 지지자들의 휴대전화 불빛 응원에 손을 들고 답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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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4월 10일까지 완전히 소진되겠다고 했다. 99%까지 왔다. 나머지 1%까지 완전히 뛰겠다."
선거 유세 마지막 날이자 자신의 생일인 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중성동·동대문·영등포 등 서울 15개 지역에서 유세를 소화하던 중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한 위원장은 마지막 1%를 쏟아부을 장소로 서울 중구 청계광장을 택했다.
오후 8시 30분께 약 3000명의 인파(경찰 추산) 앞에 선 한 위원장은 이날 종일 서울시민에게 호소했던 '부족한 딱 한 표'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여러분의 한 표는 곧 여러분이 살아온 삶이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아이들에게 후진 사람들의 후진 정치 말고, 멋진 사람들의 멋진 정치를 보여주자"며 "후진하지 말고 전진하게 해주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거친 공세를 멈추진 않았지만, "우리는 민주당을 뽑은 사람도 다 같이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파이널 유세'에는 최재형 후보(종로), 이혜훈 후보(중성동을), 조정훈 후보(마포갑),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당초 한 위원장은 청계광장 유세를 마치고 대학로, 을지로를 거쳐 홍익대 '걷고싶은거리'로 이동하며 거리 인사를 강행할 계획이었다. 공휴일을 앞둔 저녁, 가장 많은 직장인과 청년이 몰려 있을 곳으로 가 마지막까지 '딱 한 표'를 호소하자는 한 위원장의 의지였다.
하지만 청계광장 유세 후 한 위원장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자 당직자들이 완강히 만류하면서 거리 인사를 막판 취소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종일 식사 대신 밤양갱 몇조각으로 버티면서 강행군을 하다 보니, 유세 일정 소화 중 몸이 휘청대기도 해 스케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 인생에서 가장 길었을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 대장동 재판에 출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죄를 짓고 자기를 지켜달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이 대표는 서초동 법원에 가 있다"면서 "죄짓고 재판받는 사람이 기고만장하게 법원에 가서 후보자들 이름 하나하나 불러가며 선거운동을 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정 앞에서 이 대표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며 "그건 자기 죄에 대한 반성의 눈물이 아니라 국민에게 자기를 살려달라고 영업하는 눈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우리도 피눈물이 난다. 나라가 망할까봐 걱정되고 책임감이 느껴져서 눈물이 난다"며 "우리의 눈물은 이 대표처럼 우리를 지켜달라는 게 아니다. 나라를 지키고 싶고 여러분을 지키고 싶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년 내내 일은 하지 않고 방탄만 하는 세력, 줄줄이 엮여 감옥에 갈 사람들에게 내 나라 위대한 대한민국 입법부를 맡길 수는 없다"며 "정부와 여당에 계속 싸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주요 승부처인 '한강벨트'와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지만 지역구 탈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마지막 유세 일정을 짰다. 한 위원장은 도봉구 창동역 앞에서는 "한 표 때문에 30년, 40년 뒤에 후회할 건가. '12시간'에 대해 우리가 10년, 20년이 지난 뒤 우리 아이들과 모여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12시간을 나라 지키는 데 써달라"고 호소했다. '12시간'은 본투표(오전 6시~오후 6시) 시간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이어 "외국에 살지만 외국에서 투표를 못 하신 분들이 나라 구하고 나라 걱정하는 마음으로 생돈 손해 보며 비행기표 끊어서 투표하러 온다고 한다"며 "또 적반하장과 혼돈을 막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국민의힘 입장에서 만든 포스터를 돌리겠다고 한다. 결국은 그런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막판에 중도 민심을 포섭하기 위해 주요 공약을 상기시키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저희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고 서울·경기분도를 원샷법으로 재편하며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완화할 것"이라며 "각종 세금 폭탄을 불러온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계획을 중단하고 국회의원 특권도 완전히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한 위원장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세종 완전 이전, 5세 무상보육, 자영업자 육아휴직, 간이과세 기준 2억원으로 상향 등 공약을 열거하며 "저희는 민생정책을 정말 하고 싶다"면서 "여러분의 삶을 개선시킬 기회를 한번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에 출마한 후보들도 마지막까지 한 표를 당부했다. 나경원 후보(동작을)는 "우리 정부가 좀 부족한 게 있었지만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우면 대한민국이 파탄 난다"며 "정부·여당은 민심에 순응하려고 노력하지만 야당은 불공정·부도덕하고 막말하는 후보를 내놓고 버젓이 표 달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박자경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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