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접경지 패배 후 물자·인력 대피"
카렌민족해방군 등 소수민족 저항군이 지난달 11일 미얀마 미야와디에서 정부군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미야와디=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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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반군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북부 지역에서 기세를 올린 데 이어 이번에는 태국 접경 동부 거점에서 맹렬한 화력을 퍼부으며 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주요 거점 통제력을 상실한 미얀마 군부가 민감 물자를 태국으로 몰래 나르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정권 붕괴 가능성이 한 뼘 더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태국 공영방송 PBS 등에 따르면 미얀마 남동부 카렌주(州)에서 활동하는 소수민족 무장단체 카렌민족연합(KNU)과 민주진영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은 지난 6일 동부 미야와디 일대를 장악했다.
미야와디는 태국 북부 딱주 매솟과 연결되는 국경 무역 중심지로, 군부의 대규모 기지가 있던 지역이다. 반군 연합은 수일간 교전 끝에 미얀마군 지휘소와 기지 7개를 빼앗고 박격포와 곡사포 4문, 무기와 탄약을 확보했다. 군이 전투기까지 동원해 방어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지난해 2월 태국 서부 딱주 매솟에서 바라본 미얀마 미야와디 모습. 두 도시가 '우정의 다리'로 연결돼 있지만 합법적인 이동 서류를 갖추기 어려운 난민들은 주로 다리 밑 모에이강을 통해 밀입국한다. 매솟(태국)=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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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교 67명을 포함해 미야와디에 주둔하던 정부군과 그 가족 600여 명이 항복을 선언했다. 영국 가디언은 “도시 75%가 저항군 통제하에 있다”며 “미야와디를 빼앗긴 것은 최근 군부가 입은 가장 치명적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군부가 밀리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북부 거점 소수민족 무장단체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타앙민족해방군(TNLA) 아라칸군(AA)이 동맹을 맺고 ‘10·27 공세’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북부 샨·카야주, 서부 라카인주 등 인도·중국 국경 도시가 저항 세력 손에 넘어갔다.
지난 4일에는 민주정부 산하 시민군이 드론으로 군정의 심장인 수도 네피도를 공격하기도 했다. 여기에 또 다른 지역 저항군까지 무서운 기세로 군정을 압박하면서 주요 도시 내 군부 장악력이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2월 미얀마 미야와디와 강 하나를 두고 있는 태국 접경지 매솟에 위치한 난민촌 모습. 미얀마 군부의 폭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시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매솟(태국)=허경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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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3년 전 쿠데타로 집권한 군정의 붕괴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AP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 태국 매솟에서 미얀마로 여러 대의 전세기가 출발했고, 조만간 ‘민감한 수하물’을 싣고 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가 실각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과 핵심 문서, 인력 등을 태국으로 탈출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불안한 접경 지역 상황에 태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이날 총리 주재 미얀마 상황 특별 회의를 주재하고, 군부의 보복 공격으로 미야와디 주민들이 태국으로 피란 올 경우 최대 10만 명까지 수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미얀마 군사 정권의 존립이 위협받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스레타 타위신 총리는 “(군정이) 힘을 잃기 시작했지만, 이들에겐 여전히 권력과 무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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