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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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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암보험인데 여긴 왜 비싸?"…17년 묵은 생손보 통합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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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영역 파괴' 보험업 '무한경쟁' 열린다 (下)

[편집자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생보사들은 종신보험보다 건강보험에 눈을 돌렸다. 과거 어려움을 겪었던 손보사들도 장기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 건강보험 등 제3보험은 생보사, 손보사 모두 팔면서 무한경쟁이 펼쳐졌다.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당국이 20년전 추진했던 생손보업 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영역이 사라진 보험산업 미래를 고민해 본다.



생명보험·손해보험, 굳이 왜 나눠?…통합론 17년만에 재등판

③생손보 구분했더니..같은 상품, 다른 보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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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10조, 보험업 겸영의 제한/그래픽=이지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제3보험 영역에서 격돌하면서 사실상 '붕어빵' 상품을 판매하자 생손보 업권 통합론이 17년여 만에 고개를 들고 있다. 손보사가 생보 영역인 장기보험 판매 비중이 70%를 넘겨 현재도 업권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엄격한 업권 구분에 따라 참조순요율을 따로 쓰면서 똑같은 암보험·실손의료보험(제3보험)인데도 생손보 상품간 가격차이가 벌어져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제3보험 시장에서 손해보험사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섰다. 2003년 손보사에 생보 성격의 장기보험을 허용한 이후 꾸준히 제3보험 판매를 확대한 결과다. 2004년 기준 점유율은 생보가 75%, 손보가 25%였지만 2010년 손보사가 역전한 이후 20년 만에 정확히 정반대의 점유율로 됐다.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손보사에 장기보험 판매를 허용한 이후 손보사가 생보 영역으로 급속하게 침투했다. 사망보험(종신보험), 저축보험, 연금보험에 주력했던 생보사는 고령화 등으로 성장동력을 잃고서 최근에야 제3보험으로 눈을 돌렸다. 올해 본격적으로 건강보험, 상해·질병보험을 늘릴 예정이다.

생보사의 총자산은 지난해말 기준 880조원으로 손보사 343조원 대비 2배가 넘지만 순이익은 손보사보다 3조원 가량 적다. 특히 수입보험료 기준으로는 지난해 생보사가 112조원으로 손보사 125조원보다 적었다. 양 업권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매출액이 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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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비교/그래픽=이지혜



손보사가 장기보험을 주력으로 팔고 있고, 생보사 역시 시장 확대를 서두르면서 두 업권의 통합론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2007년 생손보 경쟁 촉진과 대형화·종합화를 위해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겸영허용을 검토했으나 생보업권의 반발, 손해보험 고유 경쟁력 약화 우려와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험산업 초기엔 생보는 사망보험, 저축은행, 연금보험에 주력했고 손보는 기업시장 중심으로 화재보험, 해상보험에 치중했지만 지금은 손보가 장기보험을 절반 이상 판매하고 있어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며 "보험대리점(GA)를 통해 생손보 상품이 모두 판매되는데다 자회사를 통한 겸영도 법상 가능하기 때문에 겸영금지 규제를 완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실손보험이나 암보험 등 똑같은 상품인데도 생보사와 손보사가 보험료(참조순요율·업계 평균위험률)가 달라 향후 소비자 민원이 발생할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권이 다르다는 이유로 보험료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질 경우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생손보 겸영허용은 보험업법 개정 사항인 만큼 중장기적인 과제로 넘기더라도 제3보험에서의 보험요율 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장 더 해드려요" 치열해진 보험 경쟁…진짜 나한테 이득일까

④소비자 후생 증진…건전성·불완전판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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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 대형 3사·손해보험 대형 5개사 장기손해보험 초회보험료 비중/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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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보험사간 경쟁으로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과 서비스 출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생명보험사가 건강보험 시장에 상품을 내놓자 그동안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했던 손해보험사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다만 건강보험 시장으로 쏠림 현상과 단기 실적에 치우치는 경영은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본력과 채널 경쟁력 등에서 열세인 중소형 보험사가 도태되고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7일 "건강보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사가 완화되고 보장이 늘어나면 소비자 입장에서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금연구실장은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메기효과가 있고 소비자한테는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경쟁 효과로 소비자 후생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상품이 나오면 그만큼 보장 범위가 확대되고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하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고 단기 실적은 올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자본 건전성 훼손과 불완전판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실장은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마케팅 광풍때 금융당국의 우려처럼 보험사의 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경쟁에 참여중인 한 보험사 대표도 "최근 판매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면서 "경쟁사의 상황도 이해가 되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상품이 비슷해지고 다른 보험상품의 보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실장은 "쏠림현상으로 인해 다른 보험 영역이 소외될 수 있다"면서 "특히 손보사는 일반손해보험 상품 출시 등 본래 역할을 충실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상품의 기본적인 내용은 결국 비슷비슷해진다"면서 "담보의 차별화와 판매 채널의 경쟁력이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법인보험대리점(GA)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인수할 우량 GA를 지속해서 찾고 있다. GA 채널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 최고의 대면 채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생명은 조직 내부에 자사 상품만 파는 설계사 약 3만명을 두고 있지만 모든 상품을 팔 수 있는 GA 채널 인력은 16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GA채널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만2000명 이상의 설계사 인력을 두고 있고 올해 3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규모의 경제와 자본력을 갖춘 대형사 중심의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실장은 "대형사는 특정 상품으로 손해율이 올라가도 다른 상품이 받쳐주면 견딜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다르다"면서 "경쟁력과 차별화에 실패하는 중소형사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형사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손보사 5개 회사가 장기손해보험 초회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과 2022년에는 60%대였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80%로 급등했다.

보험업계의 미래를 위해서는 대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실장은 "지금의 70대와 미래의 70대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면서 "부양가족은 점점 사라지는 등 간병, 시니어케어·요양 등 변화된 인구 구조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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