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영역 파괴' 보험업 '무한경쟁' 열린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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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다 건강보험 더 파는 생보사, 경계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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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제판 분리로 무한경쟁 시대 개막
생명보험사 빅3 신계약 누적건수/그래픽=조수아 |
"선의의 경쟁을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최근에 만난 보험업계 한 기관장이 한 말이다. 생명보험사들이 과거 주력이었던 종신보험이 아닌 제3보험이라 불리는 건강보험으로 방향키를 틀면서 건강보험 시장을 둘러싼 생보사와 손해보험사의 경쟁이 불붙었다. 보험상품 제조와 판매를 나누는 제판분리로 인해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보험업계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돌입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최근 건강보험과 종신보험의 신계약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비중이 50대50으로 바뀌었다. 신계약 CSM에서 건강보험의 비중은 지난해 3월말 32%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말 45%로 뛰었다. 삼성생명은 올해 이 비중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판매한 보장성 상품 건수를 기준으로 종신보험이 포함된 사망담보 비중은 분기별로 26.2%, 31.9%, 21.2%, 13.6%로 감소 추세였지만 건강보험을 포함한 사망담보 외 상품의 비중은 73.8%, 68.1%, 78.8%, 86.4%로 점차 확대됐다. 지난해 연말 누적 기준으로는 사망담보가 23.3%, 사망담보 외가 76.7%로 종신보험이 아닌 상품이 80%에 육박했다. 생보업계 빅3에 해당하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사망담보 외 보장성 상품의 판매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62%, 6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초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과열로 종신보험 판매액이 단기간에 급증했지만 단기납 종신보험은 높은 환급률을 약속한 변형된 상품으로 전통 종신보험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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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빅3는 올해 들어 건강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연초부터 업계 최초로 뇌·심장 보장의 신(新) 위험률을 가장 먼저 적용한 상품인 '한화생명 The H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판매 43일 만에 10만건을 돌파했다. 보통 신위험율을 적용한 상품을 내놓는데 두 달 안팎이 소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주 만에 내놓은 것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생명도 지난해 1분기 한 개의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는데 그쳤다면 올해는 1월부터 △다(多)모은 건강보험 S1 △삼성 생애보장보험 △다(多)모은 건강보험 S2를 잇달아 출시하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보업계뿐 아니라 전체 보험사를 통틀어 건강보험 판매 1등이 최종 목표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1분기에 종신보험 상품을 5개 내놨지만 올해는 종신보험 대신 한 달에 한개꼴로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보사들의 건강보험 러브콜은 지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하에서 신계약 CSM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성 책정에 유리한 건강보험 판매 확대가 필수가 됐다. 또 저출산·고령화로 죽어야 탈 수 있는 종신보험 수요는 감소하지만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건강보험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질병·간병보험 등이 포함된 제3보험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7%에 달한다.
비전속 영업조직을 통한 보험상품의 판매 증가도 경쟁에 불을 붙인다. GA 채널 등 비전속 영업조직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비중은 2020년을 기준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 대형 생·손보사들이 자사의 건강보험 상품을 팔기 위해 GA를 통해 판매 시책(추가 보너스 수당)을 높이면서 업권에 상관없이 경쟁이 뜨겁다. GA는 생·손보사 가리지 않고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생보·손보 구별없이 상품의 경쟁력과 설계사에 주는 수수료 정책에 따라 보험사별 판매 건수도 매일같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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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상보험 팔게 해달라"는 생보사…'통계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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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격전의 제3보험, 상품·경험통계까지 '총성없는 전쟁'
제3보험시장에서의 업권별 점유율 변화/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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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보험이란/그래픽=이지혜 |
종신보험과 변액보험 판매 부진으로 성장 동력을 잃은 생명보험사들이 질병·상해·간병을 보장하는 제3보험 확대를 선언했다. 손보사 고유 영역인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까지 팔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경험통계를 축적하지 못해 보험료가 2배 비싼 생보사들은 손보사와 보험료율 통합을 요구하자 손보사는 반발하고 있다.
◆ 요양실손에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까지 팔겠다는 생보사는 왜?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일배책과 비용보험 판매 허용도 요청했다. 2003년 손보사에 장기보험을 허용한 것처럼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상 생활 중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를 준 경우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으로 전형적인 손보사 상품(제2보험)이다. 손보사들은 이 상품을 제3보험인 실손의료·어린이·여행자보험 등에 붙여 판매한다. 똑같은 제3보험을 팔면서 일배책을 추가할 수 없는 생보사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보사들은 생보사의 일배책 요구에 "업권 칸막이를 아예 없애자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반면 생보사들은 2003년 손보사에 장기보험을 허용한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당시 자동차보험 적자가 심각했던 손보사들은 장기보험 판매 허용을 요구했다. 보험업법상 생·손보 겸영은 금지됐지만 금융당국은 시행령을 개정해 장기보험은 예외로 인정했다. 이에 손보사는 질병사망에 2억원 한도로 8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팔게됐다. 상해사망은 100세까지 보장한다. 사실상 종신보험 허용이라는 게 생보사 주장이다.
생보사와 손보사의 영역 갈등은 최근 요양 실손보험으로 표면화했다. 요양 실손보험은 지난해 8월 DB손해보험이 6개월 배타적 사용권(한시적 독접 판매권)을 부여받아 지난달말 권리가 종료됐다. DB손보 상품은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아 요양원에 입소하면 시설급여 등을 매월 한도 내에서 실손 보장하고, 특약에 가입하면 비급여 항목인 식사재료비까지 보장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시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주목받았다.
배타적 사용권 종료 전에 신한라이프 등 생보사들이 요양 실손보험을 생보사도 판매할 수 있는지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업권간 영역갈등을 떠나 표준약관 도입을 검토하며 판매 자제령을 내렸다. DB손보도 현재 판매를 중단했다. 10~30%의 자기부담이 있는 실손보험과 달리 한도는 있지만 비용을 100% 보장해 도덕적해이 우려가 있어서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의 제3보험 규모/그래픽=이지혜 |
◆ 뇌혈관질환 통계 공유 거부한 손보사…제3보험 통계전쟁
생손보 영역 갈등은 판매에서만 그치지 않고 있다. 생보사는 제3보험 경험통계를 공유해 보험료를 통합해야 한다고 금융당국과 손보업계를 설득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상품 판매로 축적한 경험통계를 보험개발원에 공유한다. 보험개발원은 이를 참고해 보험료 산출의 기본이 되는 참조순요율을 만들어 보험사에 다시 제공한다. 그간 제3보험 참조순요율은 양 업권이 구분해 쓰고 있었다. 문제는 손보사는 상품 담보별로 쪼개 경험통계를 축적해 요율이 세분화됐지만 생보사는 계약 단위로 관리해 요율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똑같은 암보험, 실손보험이라고 해도 어느 업권이냐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생보사는 "똑같은 담보인데 업권별 보험료가 다른 건 소비자 혼란을 부추긴다"며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손보사들은 "지적재산권 침해"라고 본다. 생보사는 지난해 금융당국 허가를 받아 뇌혈관 질환을 보장하는 상품의 참조순요율을 '국민통계'를 활용해 산출해봤다. 경험통계가 아니다보니 보험료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부 생보사는 경험통계 공유를 위한 법리검토까지 했다. 보험개발원 정보를 공유하는게 당장은 어렵다면 계열 손보사를 통한 공유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만 계열사가 없는 생보사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보험업권 고위 관계자는 "제3보험은 생손보 칸막이가 없는 영역인 만큼 업권 갈등을 떠나 근본적으론 같은 요율을 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이렇게 되면 생손보 영역이 갈수록 사려져 생손보 통합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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