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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총선 이모저모

견고한 정권심판론에 흔들린 윤석열-한동훈 '20년 우정' [김회경의 총선 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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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장면으로 본 총선 정국 3개월]
韓 야당 공격·尹 선심성 정책으로 공조
尹-韓, 명품백 대응으로 시험대 올라
비명횡사 주도한 이재명, 리더십 상처
반윤·비명 포섭한 조국, 총선판 흔들어
이종섭·의정갈등 해법 두고 당정 엇박자
총선 성적표 따라 3차 윤-한 갈등 가능성
한국일보

22대 총선을 이끈 주요 인사들. 윤석열(왼쪽 사진부터)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대통령실 제공 및 연합뉴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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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은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충돌하는 정국으로 요약된다. 총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과 정책이 없다 보니 여야 대결구도가 고착되면서 제3지대가 끼어들 틈마저 차단됐다.

총선 결과를 속단할 수 없지만 현 상황에선 야당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만큼 선거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과 정부에서 '20년 지기' 전우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공고한 '정권심판론'에 부딪혀 수차례 엇박자를 노출하면서 줄곧 고전했다. 반면 지난 2월까지 공천 내홍에다 '한동훈 효과'에 밀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월부터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복원된 '반윤전선'에 올라타 지지층 결집을 이끌며 반전 기회를 잡았다.

한동훈의 구원등판... '역린'이 첫 시험대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3일 충남 서천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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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수도권 위기론 불식을 위해 '정권 2인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등판시켰다. 그는 지난해 12월 비대위원장 취임사에서 '운동권 특권 청산'을 주장하며 정권심판론에 맞불을 놓았다. 윤 대통령은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에서 개발 공약과 감세 등 선심성 정책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공조에 나섰다.

두 사람의 관계는 1월 중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대응에 대한 이견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한 위원장의 '국민 눈높이' 발언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이 용산의 역린을 건드렸고, 1차 윤-한 충돌이 발생했다. 한 위원장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퇴 요구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만 강화된 반면 한 위원장은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일부 벗어낸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더 이상 김 여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고 돌려막기식 공천에 그치는 등 확실한 쇄신 행보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재명의 자충수... 통합보다 경쟁자 제거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발언을 안 하겠다고 손짓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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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선 지난 1월부터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 비이재명계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의 탈당이 시작됐다. 2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언급한 '윤 정부 탄생 책임론'은 친명·친문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다수의 비명 의원을 겨냥한 현역의원 평가 통보가 진행되면서 '비명횡사' 공천은 현실화했다. 친문의 대표 격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공천 배제, 박용진 박광온 등 비명 의원들의 무더기 경선 패배로 내홍은 극에 달했다.

총선 막판 변수로 떠오른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의혹과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의 막말 논란은 '친명 꽂아 넣기' 공천 후유증이다. 별다른 검증 없이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친명 원외 인사들이 비명 현역 지역구를 꿰찬 케이스다. 이처럼 이 대표는 무리한 공천을 통해 경쟁자와 세력들을 제거하며 당 장악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당대표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은 셈이다. 사법리스크 외에 통합·포용과 거리가 있는 이 대표 이미지는 차기 대선 도전 과정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다.

'게임 체인저' 조국... 반윤전선의 복원

한국일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4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입구에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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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 참여를 선언할 당시만 해도 야권에서도 우려가 컸다. 의원직을 개인적 복수나 명예회복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에다 중도 이탈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윤 정부 조기 종식'을 내세운 조국혁신당은 급속하게 세를 불리며 윤 정부에 불만이 있는 유권자와 이재명 민주당을 비판하는 유권자를 담는 그릇이 됐다. 민주당과 야권 지지를 나눠 가지며 '제로섬 게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빗나갔다. 오히려 '반윤·비명' 유권자를 포섭해 야권 파이를 키웠고, 2월까지 '한동훈 효과'에 가라앉았던 윤 정부 심판론을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호남, 수도권, 4050세대, 진보층이 다수였던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최근엔 충청과 부산·경남(PK), 중도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 지지율 조사에서는 민주당 비례위성정당보다 높은 20%대 중반을 기록 중이다. 조 대표가 총선의 '게임 체인저'로서 한동훈·이재명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은 셈이다. 현재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 유죄 판결을 받은 조 대표의 정치적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야권에선 이 대표와 함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거론되고 있다.

이종섭·비례 갈등에 윤-한 '오월동주'

한국일보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3월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사는 하루 뒤인 29일 사퇴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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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돌풍은 한동훈 비대위에는 직격탄이었다. 용산발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민심 이반은 가속됐다. 이런 가운데 친윤 이철규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을 문제 삼으며 한 위원장을 공개 비판하면서 2차 윤-한 충돌이 발생했다. 이 의원의 반발엔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위원장의 이종섭·황상무 거취 결단 요구 사흘 뒤 대통령실은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퇴와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귀국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신경전에도 '총선 승리'라는 공동 목표를 위한 손을 잡은 '오월동주'를 한 셈이다. 한 위원장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했다"고 주장했으나, 윤 대통령의 뒤늦은 반응으로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여권 주변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더 이상 검찰 시절의 끈끈한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의정 갈등 尹 대국민담화... 與 입지 좁혀

한국일보

4월 1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가 중계되고 있는 TV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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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총선 악재로 떠오르자, 갈등 중재를 자임한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지난 1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존 입장만 강조하면서 국면 전환을 기대한 여당은 망연자실했다.

갈등의 핵심인 증원 규모와 관련해 2,000명을 고수하면서 의료계의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총선 출마자를 포함한 여당에선 함운경(서울 마포을) 후보의 대통령 탈당 요구까지 나오는 등 혼선을 빚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절대적 수치는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총선 정국에서 드러난 당정 간 소통 부재와 불신이 여전함을 보여준 것이다.

총선 성적표는 '윤-한 충돌'의 뇌관

한국일보

총선 기간 여·야권의 주요 장면들.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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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기간 ①김 여사 명품백 논란 ②이종섭·황상무 거취 ③의정 갈등을 둘러싼 당정 엇박자로 보수층의 응집력이 약화됐다. 여당이 고전한 이유는 수도권 등에서 중도층 이반이 핵심이다. 이를 의식해 여당이 윤 대통령에게 태도 변화를 촉구할수록,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는 정통 보수층은 반발했다. '막말 논란'이 불거진 도태우·장예찬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결정하자, 대구·경북(TK)과 윤 대통령 지지층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총선 이후에도 윤-한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가 뇌관이 될 전망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여당이 120석(패스트트랙 저지선) 이하를 얻으면 한 위원장의 파괴력이 기대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라며 "그 이상을 얻는다면 패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 1일 "정부가 잘못한 책임이 저한테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여권에 불리한 판세에 대한 책임이 정부(윤 대통령)에 있다는 뉘앙스이기 때문이다. 다음 날 곧바로 주워 담았지만, 용산에 민심을 전달했다는 '공'만 취하면서 '과'는 용산에 떠넘기겠다는 태도다. 용산과 여당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지원을 사실상 자신의 대선 운동으로 활용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만약 총선을 이기거나 패배해도 일정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한 위원장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 대통령 입장에선 정권 3년 차에 정국 주도권을 양보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총선 성적표에 대한 평가와 책임 소재, 윤-한 관계 설정 여부에 따라 여권 기저에 흐르는 갈등 기류가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회경 논설위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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