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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신 '불개미'가 캐스팅보트 쥔 주총...그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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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달라진 주주, 변화하는 주총 ②

[편집자주] 주주는 기업의 소유자이자 회사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인 주주총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입니다. 이런 의미와 달리 그동안 주주가 의사결정 권한을 쥔 사례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주주제안 안건이 통과되는 등 회사가 주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주와 소통을 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간 차이도 극명합니다. 주총의 변화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총에서 활약하는 소액주주와 주주제안/그래픽=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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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주총회 시즌은 어느 때보다도 소액 주주의 영향력에 눈길이 쏠렸다. 실제로 소액주주가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지은 사례도 생겼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을 확대하는 추세로, 아직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흐름의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의 경우 주주가치를 강조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면서 상장사들이 더욱 주주제안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은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며 마무리 됐다.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5명의 이사진 선임 안건이 모두 가결됐고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통합 파트너인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 등 송 회장 측이 제안한 후보들의 이사회 입성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지분이 17%인 소액주주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모녀 측을 지지하면서 모녀측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이를 뒤집은 것이다. 형제 측은 의결권 수의 52% 찬성표를 받았고 모녀 측은 48% 찬성표를 받았다. 4% 차이 승부에서 소액주주의 존재감은 분명했다.

지난달 28일 JB금융지주 주총에서는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이사 후보 5명 중 김기석, 이희승 후보가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올해 도입된 집중투표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거푸집 전문기업 삼목에스폼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감사 선임 안건에 집중해 가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행동주의펀드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된 주주제안 강화 흐름이 한국에서도 조금씩이나마 결실을 맺어 가는 분위기다. 한국ESG기준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제안 기업은 50사였고 총 안건은 195개다. 직전 2년 평균에 비해 각각 41%, 26% 늘어난 수치다. 주주제안의 가결률도 20.2%로 전년 대비 14.6%p(포인트) 증가했다.

아직 주주제안 활성화 초기 단계로,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도가 높은 안건들의 가결률이 높지 않은 점은 한계다. 지난해 주주제안 중 배당 관련 28개 안건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관련 11개 안건 중 한 건도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주제안 안건이 실제로 가결되지 않더라도, 주주 의견 개진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것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이끈다는 점에 있어서 현재의 추세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했다.

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기업들의 주주환원 문화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증시 큰 손인 연기금이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면 기업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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