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접목으로 '뇌동맥류' 예측기술 이미 상용화…"기관별 데이터 교류해야 시너지 효과"
[최은경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과 교수 제공] |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국의 건강검진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 등의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집에서 10여분 남짓 거리에서 건강검진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대형 건강검진 전문기관이나 대학병원 검진센터도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는 한인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10여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기자가 연수 시절 만났던 미국 유명 병원의 한 한인 의사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한국의 대학병원 검진센터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검진의 질과 가격 측면에서 미국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건강검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건강한 백세'를 지향하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제는 저마다 다른 생활 습관, 유전적 특성, 주변 환경 등을 기반으로 질병의 예측과 예방을 중시하는 '개인 맞춤형 검진'을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한다. 건강검진이 지금처럼 단순히 몸의 상태를 파악하고, 질병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지난 2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초고령사회, 건강검진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 방안' 심포지엄에서는 이 같은 주문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건강검진 데이터의 디지털화'와 '빅데이터 구축'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최은경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과 교수는 "건강검진 빅데이터가 쌓이면 의사와 상담하는 과정이 자동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질병의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선별, 예측하고 질병 전 단계의 징후를 찾아내는 등 의학적, 환경적, 산업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건강검진은 건강이 위험한 상태에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발견해 관리하는 등으로 목표와 범위가 확대됐다"며 "지속 가능한 건강검진의 방향은 교육, 상담을 통한 생활양식 개선과 치료 연계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를 기반으로 단골 의료기관에서 평생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개인의 건강검진 결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 위험 환자를 예측하는 형태의 건강검진 서비스가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탈로스(TALOS)가 개발한 뇌동맥류 위험도 분석 서비스 [김택균 대표 제공] |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작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혈관 질환이다. 부풀어 오른 풍선이 얇아지듯 혈관 벽이 얇아지면서 빠르게 흐르는 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면 심각한 뇌 손상은 물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사망률이 30%를 넘기 때문에 뇌혈관이 터지기 전에 진단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통 뇌동맥류는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뇌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혈관 영상 검사로 진단한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AI 검진을 이용하면 이런 고가의 검사 전에 기본 건강검진 결괏값만으로도 자신의 뇌동맥류 위험도를 알 수 있다. 뇌동맥류 환자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AI 학습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택균 탈로스(TALOS) 대표(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 영상 검사 없이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기록과 이와 연계된 의료 이용 기록을 통합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뇌동맥류 발병 양상을 살피고,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기 위해 AI 학습을 시행했다"며 "이 결과 AI 모델은 뇌 영상 없이도 뇌동맥류 발병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는 충분한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디지털화와 빅데이터화를 통해 건강검진 패러다임이 바뀌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대표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기관이 각기 보유 중인 건강검진 빅데이터가 상호 교류되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예컨대, 수검자의 유형이 조금씩 다른 A 검진센터와 B 검진센터가 가진 대규모의 건강검진 데이터가 '국가 검진 데이터'와 함께 분석에 활용된다면 특정 질병 정보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는 등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지만, 아직 이런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건강검진 데이터 자체가 환자의 자산인지, 검진 기관의 자산인지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도 이런 문제를 푸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강재헌 교수는 "서로 다른 검진 기관의 데이터가 합쳐졌을 때 맞춤형 건강검진을 향한 빅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면서 "각 기관이 가진 건강검진 데이터의 표준화 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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