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울산 계모 살인 사건…전문가, "아이는 4년간 훈육이 아닌 가스라이팅 당한 것"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소풍이 가고 싶었던 아린이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2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아무도 몰랐다'라는 부제로 아린이가 그토록 기다렸던 소풍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했다.

지난 2013년 10월 24일, 이사를 앞둔 초등학교 2학년 아린이(가명)는 친구들과 마지막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소풍날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하지만 당일 아린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아린이의 엄마는 아린이가 욕조에 빠졌다며 119에 신고를 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아린이. 하지만 아린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의 엄마는 장례식을 치르다 슬픔 속에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퇴원하는 아린이의 엄마는 상해치사로 체포되었다.

이에 아린이의 가족들과 주변인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특히 아린이의 아빠는 아린이가 사망한 것이 사고사라 주장했다. 아린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찰은 초등학교 2학년 생이 욕조에서 익사를 했다는 것에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현장에서 다량의 혈흔 반응이 나와 이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또한 아린의 부검 결과 익사로 볼 수 있는 정황은 전혀 없었으며 대신 치아 탈구, 두피하 출혈, 갈비뼈 16군데 골절, 양쪽 폐 파열 등 참혹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린의 친모가 아닌 새엄마였던 용의자. 그는 결국 긴 조사 끝에 아린에 대한 자신의 폭행을 인정했다. 그런데 그는 아린이의 도벽과 거짓말 때문에 훈육을 하고자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소풍날 당일에도 아린이가 2,300원을 훔치고 안 훔쳤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화가 나서 폭행을 했다는 것. 그러나 죽일 의도는 없었고 죽을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일 아린이를 1차 폭행하고 2,30여분 뒤 잘못했다고 빌며 소풍에 가고 싶다는 아린이에게 2차 폭행을 가했다는 새엄마. 당시 아린이는 핏기가 없고 창백해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아린의 사과가 소풍에 가고 싶어서 한 말로 느껴져서 다시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린의 몸에 멍이 드는 것을 걱정해 멍을 빼기 위해 반신욕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린이는 휘청거리며 욕실로 걸어 들어갔고 결국 욕조에 빠져 사망했다는 것이다.

아린의 새엄마는 끝까지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검찰은 그에게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밝히기 위해 그래서 살인죄를 적용하고자 공판대응팀을 구성했다.

살인죄로 아린의 새엄마를 기소한 검찰. 그런데 이전까지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살인죄로 처벌되었던 판례는 없었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165명의 여성 변호사들이 소송지원에 나섰고 수많은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서명운동을 하는 등 힘을 모았다.

경찰은 아린이의 몸에 남은 상처들 중 사건 당일이 아닌 다른 날 입은 상처도 있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엉덩이의 만성 출혈, 조직의 섬유화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지속적인 학대 가능성 의심하게 했다.

또한 사망 1년 전 대퇴골 골절, 심재성 2도 화상 등을 입었던 아린이. 그때마다 새엄마는 아린이가 계단에서 뛰어 내려오다가, 샤워기의 뜨거운 물을 모르고 부주의해서 등의 이유로 그러한 부상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를 통해 골절과 화상도 모두 자신이 한 행동에 의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30분 늦게 귀가했다고 다리를 발로 차서 골절시키고, 아린이의 아빠와 아이 문제로 싸움이 나자 화가 나서 아린이에게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뿌려 화상을 입게 했다는 것이다.

2013년 12월, 법정 앞에는 엄중한 처벌을 호소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검찰은 해외 아동학대 판례들을 분석해서 발표하고 부검의의 증언을 통한 살인의 증거를 제시했다.

당시 검사는 "비장한 각오였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살인죄로 기소를 한 사건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살인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만 4세부터 7세까지 아린이와 함께 살았던 새엄마. 그는 주변에 아린이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실제 아린이는 미소가 예쁘고 인사도 잘했으며 공부도 아주 잘했고 마음씨도 고왔던 아이였다. 그리고 새엄마와 달리 주변에 엄마 칭찬을 했던 아이였다.

직업상 떨어져 살았던 아빠는 새엄마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는 "아린이는 새엄마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가 우리 엄마가 나를 아프게 했어요라고 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2011년 이미 아동보호기관에 신고된 적 있었던 새엄마. 이에 상담사가 아빠와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른 척했던 아빠. 아빠는 도리어 상담을 요청하는 상담사에게 아린이가 문제가 있어서 엄마가 때릴 수밖에 없다며 자신들의 집안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결국 방관하고 방임한 아빠 또한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새엄마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서는 살인죄는 무죄가 되고 상해치사만 인정되며 15년형이 선고되었다.

법원은 일관되게 살인의 고의를 부인한 점, 갑자기 살해의 고의가 생겼다고 볼 정황이 없는 점,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폭행해 사건 당일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점,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점, 머리와 몸통을 가격하는 방법이 달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살인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새엄마 측도 항소했다.

항소심 전 검찰은 다시 한번 부검을 의뢰했다. 그리고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는 아린이의 상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법의학자는 "엉덩이를 하도 맞아가지고 방석 하나가 엉덩이 쪽에 들어있는 거 같았다. 하얗게 쫙 깔려있었다. 얼마나 맞으면 이렇게 될까, 이렇게 많이 맞은 아이는 처음 봤다"라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학대와 폭행의 흔적을 포착했다.

그리고 폐 손상뿐만 아니라 심장 손상까지 추가 발견되며 발로 몸통을 찬 것만으로 충분히 치명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린이가 스스로 걸어서 욕조로 들어갔다고 주장한 새엄마. 이에 검찰은 아이의 통증 수준과 자력 보행 가능성을 검토했다.

법의학자는 "이 아이에게 욕실로 가는 것은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도 갔을 거다. 그런데 욕조를 넘어갈 수 있나? 아니다. 통증 때문에 욕조 턱에 앉았다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물로 떨어졌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몸통에 가득했던 멍과 달리 팔은 멀쩡했던 아린이. 본능적으로 팔로 몸통을 막을 텐데 그런 방어흔이 없다는 것은 양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거나 아이의 상태가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법의학자는 아린이가 욕실로 가기 전 청색증처럼 시퍼렇게 되며 핏기가 전혀 없을 것이라며 금세 아이의 상태를 파악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항소심에서 공개된 또 다른 증거. 새엄마의 휴대전화 속 녹음 파일에는 새엄마에게 거듭 사과하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아린이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충격을 안겼다.

이에 전문가는 "이건 덫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폭언하고 집요하게 말꼬리 잡고 속된 말로 시비터는 것, 여성의 태도는 시종일관 그렇다. 아이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엄마가 듣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여성은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건 객관적인 상황에 맞는 말이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서 듣고 싶다고 그날 그 당시에 그 상황에서 욕구에 맞춰서 아이가 그 말을 해주길 기대한다.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인데 항상 충족되어야만 이 학대가 끝나는 것이다. 이에 아이 입장에서는 온통 엄마가 원하는 말이 무엇일지 생각해야 하는 그게 굉장히 가슴 아픈 지점이다"라고 분석해 분노를 자아냈다.

지속적인 아동학대의 증거가 된 녹음 파일, 이는 아이를 압박하는 수단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전문가는 "새엄마에게 아이는 때리고 싶었는데 때려도 되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훈육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는 4년간 아이를 가스라이팅했던 것이다. 남들에게는 꽤 멋진 엄마로 보이길 바라고 그래서 아이가 필요하고, 아이가 아니라 자기가 말하면 척척 해대는 로봇 같은 아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로봇으로 만들기 위해서 통제하고 지배했다. 이에 아이가 엄마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여지도 있다. 대신 필연적으로 자기는 나쁜 아이였을 것이다. 엄마가 늘 그런 프레임을 갖고 그렇게 대했기 때문이다. 난 좋은 엄마 넌 나쁜 아이"라고 아린이와 새엄마의 관계를 분석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항소심 결과 살인죄가 적용되며 18년형이 선고되었다. 흉기가 사용되지 않은 때려서 숨지게 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처음으로 살인죄가 인정된 것.

그대로 이 판결은 확정되었고 검찰은 그토록 바랐던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아린의 아빠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4년형이 선고되었다.

이에 검사는 그제야 피해자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또한 살인죄 적용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였던 사회단체 대표는 "백 사람이 외치면 궁금해하고 천 사람이 외치면 만 사람이 참여한다는 진리를 이 활동을 통해 깨달았다"라고 말해 이 모든 것이 아린이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했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 연이어 터졌던 2013년, 그 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었고 이에 기존 학대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 집행유예도 가능했던 것과 달리 특례법 시행으로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되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들려오는 아동학대 사건. 전문가는 아동 학대 사건을 없앨 수 있는 방법으로 적극적인 신고를 강조했다.

전문가는 "이웃들이 신고를 열심히 해야 한다. 누구든지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신고, 적극적인 신고만이 학대받는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고 학대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이에게 일어난 일을 아무도 모른다가 아니라 누구나 안다가 되어야만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것.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우리 모두 부모라는 의미와 무게, 그리고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될지도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편견들을 허물어야 암수 범죄처럼 감춰져 있는 학대,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좀 더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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