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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바이든 “대만해협 평화” vs 시진핑 “레드라인 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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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 105분간 전화통화
바이든 “첨단기술 수출통제 지속”
시진핑 “제재목록 길어 좌시 안해”
충돌방지 위해 상황관리 차원
틱톡 매각놓고도 의견 교환


매일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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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진 기술이 미 국가안보를 취약하게 하는데 사용되는 것을 막으려고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이 중국 첨단기술 등 정당한 발전권을 박탈하려 한다면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2일(미국 현지시간) 오전 105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첨단기술, 공급망, 대만, 남중국해 등 현안을 놓고 예기치 않은 충돌방지를 위해 의견을 교환했다. 미중 정상이 소통한 것은 작년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5개월만이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협력 분야와 이견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양자, 지역, 글로벌 이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외교적 표현으로 솔직한 논의는 양측 입장차이를 확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중 정상은 기술패권 전쟁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당한 무역과 투자제한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중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수출통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전했다. 또 그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정책과 비시장 경제 관행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과잉생산에 따른 시장 왜곡, 중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등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기술 공급망에서 중국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가 미중 완전한 분리를 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완화)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에 대해 끝없는 경제, 무역, 기술 억압 조치를 취했다”며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목록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어서 디리스킹이 아니라 위험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국의 첨단기술 봉쇄가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경고 메시지도 남겼다.

매일경제

2023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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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라이칭더 대만 차기 총통의 내달 취임을 앞두고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에 대한 중국의 연이은 위협적인 행동을 우려하고 항해의 자유를 주문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선 안쪽에 약 90% 영역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일 미 워싱턴DC에서 미국, 일본, 필리핀 3국간 첫 정상회의를 개최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남중국해 공동 해군 순찰 등 안보협력 이니셔티브를 채택할 예정이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러시아 군수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 우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공약, 인공지능 사용과 부작용, 불법마약 단속, 기후변화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계 사진·영상 공유앱인 틱톡을 통한 미국인 데이터 유출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보차원에서 틱톡 소유주에 대한 우려를 재확인했다”며 “우리의 관심은 틱톡 금지가 아니라 주인이 바뀌는 매각”이라고 설명했다.

커비 보좌관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한 개입 시도에 대해서는 “작년 11월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포함한 특정 행위자들의 노력과 이에 따른 미국 선거에 대한 우려에 대해 분명히 했다”며 “이번 미중 정상간 통화에서 새로 공개할 메시지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미중 정부부처 간에 소통도 이어진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3일~9일 중국을 방문해 양국간 글로벌 경제위기 공조방안을 모색하고 미국 안보와 이익을 위한 조치를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수 주 내에 중국을 찾아갈 예정이다. 미중 국방장관간 통화 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바이든 대통령은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바탕으로 유권자 표심 확보를 기대하고, 시 주석은 중국 경제회복을 위해 미국과 서방 기업의 투자 유치 등을 희망한다. 이로써 양국간 소통재개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이 앞으로 몇 달간 고위급 외교·실무 협의를 통해 개방된 의사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경쟁관계를 책임감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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