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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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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도 이재명도 조국도 싫다... 2030 "뽑을 정당이 없다"[청년 유권자 28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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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1주일 앞, 2030에게 들었다]
"투표는 하고 싶은데, 뽑을 정당은 없어"
'공정·젠더' 가치보다는 '먹고살기'가 중요
"네거티브 유세 홍수에 정책은 실종돼"
'양대 심판론' 중엔 정권 심판론이 우세
"종북 심판보다 해야 할 일 많지 않나?"
'조국 돌풍'엔 28명 중 1명만 "긍정적"
"검찰개혁, 尹·韓심판 2030에 필요 없어"
한국일보

조국(왼쪽부터) 조국혁신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조국혁신당 제공, 고영권 기자, 이한호 기자,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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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부동산, 저출산. 큼직한 사회 현안에 당당히 내세울 만한 정당이 있나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대학생 김석찬(26)씨

총선이 일주일 남았다. 달아오르는 선거판과 달리 2030세대 유권자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네거티브가 판치고 정책이 실종된 정치에 본때를 보이려면 투표를 해야 하는데, 딱히 끌리는 선택지가 없다.

한국갤럽 여론조사(3월 26~28일)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18~29세는 38%, 30대는 29%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층(40대~70대 이상)의 '무당층' 평균(9%)보다 족히 3, 4배가 많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의식 조사'(3월 28일)에서도 유독 2030세대만 이번 총선에 대한 '관심도'와 '투표 의향'이 4년 전보다 줄었다.

왜 우리 청년들은 '민주주의 축제'인 선거를 즐기지 못하고 등을 돌렸을까. 답을 찾기 위해 한국일보는 1, 2일 2030 유권자(18, 19세 포함) 28명을 만나 속내를 들었다. 이들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부각된 '공정'과 '젠더'의 가치가 흐릿해지고, 정치권이 최대 현안인 '경제 문제'를 외면하는 현실에 실망해 어느 정당에도 선뜻 마음을 주지 못했다. 특히 미래 비전은 보이지 않고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상징되는 '심판론'이 총선판을 휩쓰는 것에 분개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전히 "확신 없다"... 네거티브·정책 실종 영향

한국일보

제22대 총선 관심도 및 투표 참여 의향.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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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한 28명 가운데 24명(85.7%)은 4·10 총선에서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중 10명(41.6%)은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어떤 정당이 어떤 정책적 비전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나아지도록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정파나 이념이 아닌 실생활에 직결된 이슈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총선의 최대 관심사로 '경제'를 꼽았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을 선호하는데, 아직 지지할 만한 정당이 없다(선모씨·21·대학생)"는 설명이다.

2030세대는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젠더'와 '공정' 담론에 열광했다. 하지만 정치의 위선과 팍팍한 현실에 기대가 사라졌다. 자신이 '젠더 이슈 고관여자'였다고 소개한 대학생 이모(22)씨는 "젠더 이슈는 물 건너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안티페미니즘으로 2030 남성표를 얻은 뒤 배신했고, 민주당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터지면서 애매해졌다"며 "결국 돈 없는 2030에게 체감되는 건 '대파'로 상징되는 물가 문제뿐"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오재준(24)씨도 "양당 모두 공정과 젠더를 내세웠지만, 선거 후 공약 이행보다는 상반되고 위선적인 모습만 보여줘서 무색해진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2030은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할 '정책 선거'를 열망한다. 하지만 우리 선거는 그렇지 못하다. '투표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 중 12명(50%)은 "이번 총선에서 기억에 남거나 와닿는 정책 공약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를 유발한 주범으로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는 정치권 유세 방식'이 지목됐다. 대학생 고은강(21)씨는 "이재명·조국이 되면 끝장이라는 식의 네거티브 유세만 있는데, 정파와 무관하게 최소한 선거운동은 '이런 나라 만들자'는 식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건축업 종사자 김민정(30)씨도 "서로 갉아먹기만 할 뿐, 기후와 환경 문제 같은 미래 비전은 전면에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쏟아지는 포퓰리즘성 공약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대학생 김정원(21)씨는 "수도권 리노베이션, 김포 편입 등 선거철에 '막 바꾸겠다'고 들고 나오는 게 정당을 떠나 '이게 맞나' 싶었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논란을 놓고 "허경영(국가혁명당 명예대표) 공약 비슷한 걸 끌어와 정책이라고 포장하는 게 우습다"고 일갈했다.

'종북'보단 '정권' 심판... 조국엔 극도로 부정적

한국일보

2030이 말하는 22대 총선.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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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현실에 대한 원망은 대체로 '윤석열 정부'를 향했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의 대다수는 이번 총선의 양대 프레임인 '정권 심판론'과 '종북세력 내지 야당 심판론' 중 전자에 더 공감한다고 답했다. 5명은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정부 여당은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정권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난 △의정 갈등 장기화 △고압적 이미지 △연구개발(R&D) 예산 축소가 거론됐다.

녹색정의당 지지 의사를 밝힌 직장인 윤상훈(30)씨는 "이번 총선은 모든 담론이 사라지고 '윤(윤석열 지지)이냐 반윤이냐'만 남았다"며 "이 자체가 공정, 젠더, 그리고 경제 등 현 정권이 펼친 정책의 종합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강조해온 '종북 심판론'에 대해서는 "통합진보당이 뭔지도 모른다(정모씨·19·수험생)"며 전혀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대학생 정예린(23)씨는 "종북심판론이라는 워딩 자체가 2024년과는 동떨어지고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며 "그보다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지 않"라고 꼬집었다.

다만 '정권 심판론' 이후의 대안은 마땅치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정원씨는 "또 한 번 바꿔야지 싶은데, 바꾼다고 정치가 잘될 것 같진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대안으로서의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감은 적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박동엽(30)씨는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이 처음부터 제3의 가치를 말한 것도 아니고 총선에 임박해 '급조'된 느낌이라 지지세도 약하다"며 "나중에 양당에 단일화·흡수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대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권력을 잡고 싶으면 누구를 설득해 표를 얻을 건지가 명확해야 하는데, 그 정체성부터 잘 모르겠다(송모씨·22·대학생)"는 평가도 있었다.

'조국혁신당' 열풍에 대해서는 응답자 28명 중 단 1명만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할 만큼 부정적이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김석찬씨는 "조국혁신당의 슬로건인 검찰 개혁이나 윤석열·한동훈 심판은 2030에 필요한 게 아니다"라며 "2030에 필요한 건 일자리와 물가"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배도연(34)씨도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 비토' 외에 어떤 정책을 내세웠냐"면서 "신산업 성장 환경 조성, 경제 체질 개선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는데 이런 식은 개탄스럽다"고 털어놨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현재까지도 많은 비중이 무당층으로 남아 있다는 건 결국 '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다'는 2030이 끝내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라며 "청년층 표심을 잡겠다고 '퍼주기 공약'을 남발할 게 아니라,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연금 문제 등 청년들에 소구할 수 있는 의제들에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이민석 인턴 기자 minseok1093@naver.com
박선윤 인턴 기자 bsy56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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