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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여왕개미는 새끼를 먹는다…전염병 막는 ‘눈물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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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고동털개미가 병든 유충을 잡아먹어 둥지 내 다른 감염을 막는다는 연구가 나왔다. 위키피디아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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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포식(같은 종의 동물을 먹이로 잡아먹는 것)은 동물 1500여 종에서 관찰될 만큼 흔한 현상이다. 고동털개미 또한 여왕개미가 애벌레(유충)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시선으로 매정해 보이기도 하는 여왕개미의 이러한 선택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생물학과 석사과정생 플린 비젤과 크리스토퍼 풀은 여왕 고동털개미가 아픈 유충을 발견하면 전염병이 둥지에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끼를 잡아먹는다고 사전출판 논문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지난 14일(현지시각) 공개했다.



그동안 부모가 자식을 잡아먹는 동종포식은 생존 가능성이 낮은 개체를 부모가 영양분으로 흡수해 앞으로의 번식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과 병에 걸린 새끼를 제거해 부모 자신이 감염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서라는 가설 등이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부모가 전염병에 감염된 개체를 잡아먹어 무리 내의 ‘사회적 면역’(집단 면역)을 형성한다는 가설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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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개미가 감염된 유충을 잡아먹은 비율(A)과 감염을 알아채지 못한 여왕개미의 생존율(C). 플린 비젤/옥스퍼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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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생활을 하는 사회적 곤충인 개미는 자신이 전염병에 걸리게 되면 스스로 동료들로부터 멀리 떨어지거나, 무리가 감염된 동료를 제거해 질병의 확산을 막는다. 고도의 사회 생활을 하는 개미 군체(같은 종의 생물이 잡단을 이뤄 한 장소에 사는 것)는 이런 식으로 질병에 대응할 수 있지만, 처음 여왕에 추대돼 지식이 부족한 ‘초보 여왕개미’는 어떻게 질병에 대응할까. 연구진은 이 점을 알아보기 위해 처음으로 알을 낳은 여왕개미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전염병 걸린 유충 92% 잡아먹어…무 감염 6%





먼저 여왕개미가 낳은 유충의 일부를 개미에 치명적인 곰팡이균에 노출했다. 그 뒤 감염된 유충들을 아직 전염성이 없는 상태로 여왕개미에에 돌려보냈다. 그 결과, 여왕개미는 병든 유충의 92%를 잡아먹었다. 반면, 감염되지 않은 유충의 경우 6%만 잡아먹혔다. 감염된 유충와 미감염 유충을 동시에 돌려보낸 경우에도 여왕개미는 감염된 유충을 훨씬 높은 비율로 잡아먹었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여왕개미가 전염성이 발현되기 전에도 유충의 감염을 감지할 수 있고,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유충을 포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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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과 유충을 돌보고 있는 고동털개미. 위키피디아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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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동종포식에 실패한 여왕개미는 무리를 지키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유충의 감염을 미리 감지하지 못한 여왕개미는 뒤늦게 유충의 사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고 항균효과를 지닌 독을 뿌렸음에도 동종포식에 실패한 여왕개미의 20%만 살아남았다. 여왕이 살아남았다고 해도 건강한 유충들이 2차 감염으로 모두 사망했다.



연구진은 “부모의 동종포식은 아픈 새끼를 먹이 자원으로 재활용하고, 무리 안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여왕개미의 동종포식이 무리를 지키려는 모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인용 논문: bioRxiv, DOI; 10.1101/2024.03.13.584778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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