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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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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이 간다] "경로당 대신 디지털 체험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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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장이 간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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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디지털동행플라자에는 어르신 30명이 북적이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6일 개관한 이곳은 어르신의 여가와 취미 공간이자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둑을 두고, 스크린 파크 골프를 즐길 수 있다. AI 로봇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도 많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개관 이후 총 7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방문객 연령대는 65세에서 75세 사이가 가장 많아 '어르신들의 DDP'란 애칭도 얻었다. 대림역에서 D, 디지털에서 D, 플라자에서 P를 따왔다.

이날 디지털동행플라자에서 만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100세가 아니라 12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빈곤, 질병, 무위, 고독의 4가지 어려움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동행플라자는 어르신들에게 신문물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훈련장이자 놀이터다. 최 구청장은 "어르신들이 플라자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인 4컷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와 사별한 할머니 마음은 같은 처지의 할머니가 가장 잘 이해한다"며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구청에서 자조모임(공통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활동함으로써 도움을 얻는 모임)을 매칭해줘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 25개 구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구청장'이다.

DDP에 상주하는 상담사의 일대일 맞춤 교육으로 키오스크 주문 방법을 비롯해 온라인 송금, 배달 주문, 중고 거래, 유튜브, 열차 예매, 택시 호출 등을 알려준다. 실생활에 필수인 스마트폰 사용 방법도 교육받을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교육은 인기가 많아 강의실이 늘 만석이다.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드로잉, 영상 편집, 온라인 방송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등포구는 디지털동행플라자를 필두로 노인복지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도록 '노노(老老) 케어'에 집중한다. 노노 케어는 건강한 은퇴자가 돌봄이 필요한 다른 노인을 보살피는 것을 말한다. 은퇴한 60~70대의 건강한 분들이 돌봄이 필요한 다른 노인을 보살펴야 효과가 크다고 최 구청장은 설명했다.

또 영등포구는 '독박 간병'과 요양 부담을 안고 있는 치매 어르신의 돌봄 가족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요양보호가족 휴식 제도'를 도입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경우 비용 부담도 크고 무엇보다 어르신이 낯설어 하고 불편한 환경에 처해 한계가 있다. 영등포구는 어르신이 본인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작년 초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2인 1조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최 구청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과학 영재 양성이다. 최 구청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 직접 참관했고 AI업계를 이끌고 있는 '오픈AI' 본사도 다녀왔다. 그는 "오픈AI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 800여 명 중 인도계 30%, 중국계 30% 등이고 한국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펼쳐질 AI 시대에 대비해 우리나라의 과학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영등포구는 '미래교육재단'을 출범시켰다. 경험을 통해 미래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겠다는 목적이 크다. 이를 위해 전국 최초로 과학문화 이용권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1962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 식품공학과 △34회 행정고시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 △서울특별시청 시장실 정책비서관 △주인도 한국대사관 총영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민선8기 영등포구청장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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