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28일 서울역 택시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노조에는 65개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회사는 61개사로 알려졌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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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라서요. (택시 기다리는) 줄을 보고 당황했어요.”
28일 아침 서울역 앞 출근길은 여느 때와 달랐다. 20분 넘게 택시를 기다렸다는 김모씨(22)는 오전 8시50분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택시 승차장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줄이 승차장을 벗어나 일반 도로까지 늘어서 있었다. 수원에 사는 김씨는 “서울 버스가 운행을 안 한다고 해서 집에서 한 시간 일찍 나왔는데, 9시30분 수업에 늦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시내버스노동조합이 처우 개선과 임금차별 해소를 요구하며 12년 만의 파업에 돌입한 이날 서울 시내버스 7382대 중 97.6%(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노사 중재에 실패한 서울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지하철 여의도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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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릉동에서 양재역까지 통근하는 송민경씨(25)는 출근하는 데 2시간20분이 걸렸다고 했다. 평소 1시간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버스를 못 탄 인파가 몰리며 지하철 출근마저 늦어졌다. 그는 “줄이 길어 지하철 6~7대 정도 지나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운행을 멈춘 버스 대신 지하철로 인파가 몰리면서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도 출근 인파로 붐볐다. 정류장 안내판은 마을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의 시내버스가 ‘출발대기’ 상태로 찍혀있었다. 직장인 신모씨(33)는 “(파업 소식을 듣고) 각오는 했지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지하철로) 몰려 당황스럽다”며 “날씨가 흐리고 비도 내려 출근길이 더 복잡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역 입구에서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끝에는 20m 가까이 줄이 늘어섰다.
급히 택시에 올라탄 이들도 이동 시간이 길어졌다. 대구행 KTX를 타러온 박성훈씨(39)는 서울역에 도착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역사를 향해 뛰었다. 지갑을 구겨넣은 가방의 지퍼도 못 잠근 채였다. 박씨는 “택시 호출앱은 아예 잡히지도 않았다”며 “운 좋게 빈 차를 탔는데 도로에도 차가 많아 아슬아슬하게 열차를 탈 것 같다”고 했다.
파업 소식을 미리 접하지 못한 시민들은 버스 운행 중단 예고가 충분치 않았다며 당혹감을 표시했다. 합정역 인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강유경씨(56)는 파업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머리가 하얘져서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주연씨는 “버스정류장 안내문을 보고서야 파업을 알게 됐다”고 했다.
노조 파업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대웅씨(23)는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도 같이 올라야하는데, 월급 사정은 비슷하지 않을까”라며 “(버스 기사는) 공공의 일을 하는 만큼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송씨는 “사측이나 서울시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지하철 운행을 늘리고,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도 괜찮지만 중재자 역할을 더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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