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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갑자기 웬 버스파업" "지하철 빼곡"…혼돈의 출근길, 땀 삐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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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영등포 르포…서울버스 새벽 4시부터 파업, '어리둥절' 시민들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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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시내 한 버스정류장 버스도착 안내 게시판에 '곧 도착 없음'이 표시돼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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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안와요. 큰일 났어요. 지금 지각할 것 같아요"

28일 오전 7시50분쯤 서울 영등포구의 여의도역 6번 출구 앞.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한 손에는 우산,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든 채로 발을 동동 구르며 이렇게 말했다.

버스를 타면 학교까지 10분 안에 갈 수 있었지만 버스가 한참 동안 오지 않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오늘 버스 파업하는지 몰랐다"며 "택시를 불러도 안잡혀서 망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버스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첫 날부터 출근길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버스정류장 곳곳에는 "28일 시내버스파업" "타 교통기관 이용 바람" "곧 도착 버스 없음" 등이 적혀 있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용산구 전자상가로 8시30분까지 출근해야 한다는 박모씨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가는데 지금 버스가 진짜 안와서 큰일"이라며 "지하철을 타든 택시를 타든 해야 할 것 같다. 지하철을 타도 한참 걸어가야 하는데 지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역에 뺑뺑이 줄… "평소보다 사람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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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7시40분쯤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역사 내에는 출구 밖으로 나가기까지 뺑뺑이 줄이 만들어졌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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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시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이날 7시40분쯤 지하철 여의도역 역사 내에는 "현재 서울시 파업으로 인해 열차 역사 내 복잡한 상황"이라며 "질서를 최대한 유지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출구 쪽으로 나가려는 시민들이 한번에 모여들면서 역사 내에 뺑뺑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하철을 내리고 출구 밖까지 나가는데 8분이 걸렸다. 여기저기서 "줄이 왜 이렇게 길어" "큰일났네"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버스를 타지 못한 시민들은 급하게 지자체에서 마련한 무료셔틀버스를 검색하기도 했다. 10분 넘게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린 한 시민은 멀리서 빨간 셔틀버스가 도착하자 "너무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다가와 "보라매역 가느냐" "대방역 가느냐"고 한참 동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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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사람들이 열차 기다리는 모습. /사진=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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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파업에 궂은 날씨…강남역 직장인들 "사람 많아 갈비뼈 부러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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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8시 서울 강남역 인근 중앙 버스차로. 버스 번호 옆에 도착 예정 시간 대신 '차고지'라고 표시돼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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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오전 8시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중앙 버스차로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시민들과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빨간버스, 2층 버스만 오갔다. 이 정류장은 서울시내를 도는 간선버스 14개, 경기에서 출발하는 직행버스 12개, 심야버스 4개 등 30개 버스가 오가는 곳이다.

버스 도착 안내가 제공되는 전광판에는 '28일 시내버스 파업 타 교통수단 이용 바람'이라고 표시됐다. '곧도착' 뒤에는 줄이어 나와야 할 시내버스 번호 대신 경기권 버스인 'M7412'만 딱 1대 떴다.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최모씨(30대·여)는 "용인에서 경기버스로 강남까지 와서 반포로 출근하는데 계속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더라"며 "평소보다 사람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버스 파업이라는 걸 알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려던 참이다"고 말했다.

파업 여부가 이날 자정까지 결론나지 않으면서 별다른 소식을 접하지 못한 직장인들은 날벼락같은 아침을 맞았다. 버스정류장에 우산을 들고 선 시민들은 버스가 오는 방향과 버스 정보 앱이 띄워진 핸드폰 화면을 번갈아 보며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구로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강모씨(33)는 "갑자기 웬 파업인지 모르겠다"며 "아침에 뉴스를 접하고 평소보다 서둘러 나왔는데도 지하철을 한 대 보냈다. 평소보다 붐벼 갈비뼈가 부러질 것만 같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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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8시 시민들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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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대신 택시로 출근하려던 직장인들은 지각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갑작스러운 버스 파업에 궂은 날씨까지 겹쳐 평소보다 택시 잡기가 어려웠다.

서울 송파구에서 강남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한모씨(32)는 "보통 어플로 택시를 호출하면 3분 거리 이내 택시가 바로 잡히는데 오늘은 10분 거리에도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다고 떴다"며 "결국 인근 지하철역까지 20분 거리를 걸어가야 해 회사에 늦었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버스는 정상 운행되면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한숨 돌렸다. 서울 강남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씨(34)는 "마을버스가 있어 다행이긴 한데 중간부터는 아예 공간이 없어 몇개 역을 그냥 지나쳤다"며 "기사 아저씨는 '차 여유 있으면 배차 간격 상관없이 그냥 다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무전을 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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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8시 서울 강남역 인근. 경기에서 출발하는 버스만 오가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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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철 운행횟수 202회 늘려… 무료 셔틀버스 운행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마지막 조정 회의를 열었지만 끝내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28일 새벽 4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한 건 2012년 20분 부분파업 이후 12년 만이다.

노사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총 7차례 중앙노사교섭과 2차례의 사전 조정회의를 열고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주요 쟁점은 임금 인상, 호봉 제도 개선이다. 특히 노조는 인천·경기지역으로 인력 유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탈을 막기 위해 12.7%의 시급 인상을 요구했다. 사측은 지나치게 과도한 인상이라며 맞섰다.

서울 25개 자치구는 지하철 출퇴근 등을 빠르게 연계하기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민·관 차량 400여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지하철은 하루 운행횟수를 총 202회 늘리고 출퇴근 주요 혼잡시간을 현행보다 1시간씩 연장해 열차 투입을 확대한다. 막차도 일일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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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버스정류장 앞에 지자체에서 마련한 무료서틀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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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 sorry@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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