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행사 앞두고 수원시·주최측 갈등
日 AV배우 사인 받고 사진 촬영
란제리 패션쇼·체험활동 등 예정
시민단체 “성 상품화… 당장 중단”
市, 대책회의 속 공식 취소 요청
주최측은 강행 의사… 충돌 예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초등학교와 직선거리로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 ‘성인페스티벌’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주최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27일 경기 수원시에 따르면 한 성인콘텐츠 제작업체가 주최하는 ‘2024 KXF The Fashion’은 다음 달 20일부터 이틀간 권선구 민간 전시장인 수원메쎄에서 열린다. 지난해 12월 경기 광명시에 이은 두 번째 행사로, 성인 인증을 거친 입장객이 입장료를 내고 행사에 참여하면 일본 성인비디오(AV) 배우들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 촬영 등을 하며 란제리 패션쇼를 관람한다.
‘성인들의 놀이’를 표방한 이 행사의 입장료는 8만9000원이며 여배우와 사진을 찍는 포토 티켓은 7만원에 따로 판매된다. 행사를 총괄하는 회사의 대표는 한국성인콘텐츠협회장직을 겸직하고 있는데, 행사 포스터가 일본 AV 여배우들의 외설적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다음 달 열리는 행사의 참석 인원은 1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12일 수원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을 착취하고 상품화하는 행사 개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40여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일본 성인비디오 배우들을 초청해 ‘패션쇼’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40여개 성인용품 업체 부스까지 운영된다”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성 상품화와 성적 대상화를 심화시켜 이윤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짙기에 기만적이며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성을 돈 주고 사거나 팔 수 있는 것으로 취급하는 행사가 열리지 않게 국민 여러분이 힘을 모아 달라”는 글이 올라와 닷새 만에 1만6000명이 동의했다.
자신을 수원시민이라고 밝힌 이 청원인은 “지난해 개최된 성인 엑스포를 보니 성매매 엑스포라 해도 과언이 아니더라”며 “일본 여성 AV 배우가 맨 엉덩이를 드러내고, 남자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맨 엉덩이를 때리고 만질 수 있는 ‘체험’을 하더라. 심지어 AV 배우가 남성 참석자를 주무르고 만져주는 이벤트도 있었다”고 전했다.
수원시도 이달 25∼26일 세 차례에 걸쳐 대책회의를 연 뒤 이날 주최 측에 행사 취소를 공식 요청했다. 이재준 시장은 “초등학교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성인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사실을 시민도, 저도 납득할 수 없다”며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성 상품화 행사 개최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교육당국, 시민과 함께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최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다. 행사가 질서 있게 진행되는 등 성인문화와 콘텐츠는 법을 지키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이 실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괴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일단 미성년자 출입 여부와 성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도 가능한 행정 조치를 모색하면서 행사 당일 시민단체와 주최 측 간 충돌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