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재가 증시에서 강력한 태풍을 몰고 다니면서 나오는 말이다. 이정재가 지난해 상장사 와이더플래닛의 대주주가 되면서 해당 종목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 10배 이상 급등했다.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마에스트라’ 제작사 래몽래인에도 투자, 사실상 1대 주주 위치에 오르면서 래몽래인 주가 역시 급등했다.
영화 ‘헌트’로 영화감독에 등극한 이정재. M&A로 다양한 분야 진출을 꾀하고 있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
이정재 효과 원인은
재력, 전문성 인정…한동훈 효과 가세
무엇보다 개인 ‘이정재’는 증시에서 인지도뿐 아니라 증시 ‘소재’로서도 훌륭하다는 평이 많다. 일단 스스로가 ‘자산가’다. 개인 자산은 알려진 바 없지만 그가 보유한 청담동 빌딩 매입 소식(2020년 정우성과 330억원에 공동 매입)이나 글로벌 작품 출연료, 광고 모델료 등만 놓고 보면 재력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2022년 오징어 게임 성공 후 글로벌 시장에서 이정재의 회당 출연료는 10억원대로 뛰어올라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가 됐다는 추측이 업계 정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100억원 이상을 들여 상장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시각이 다수다.
여기에 더해 정치 테마주로도 엮였다. 이정재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현대고 동기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지난해 둘이 고깃집에서 나란히 찍힌 사진이 화제가 됐다. 한동훈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때 이후 증시에서 이정재는 한동훈 테마주의 한 축을 차지했다.
M&A 밑그림은?
IT·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
이정재는 애초 절친 정우성과 함께 아티스트컴퍼니라는 연예기획사를 차렸다. 그러다 위지윅스튜디오가 아티스트컴퍼니를 인수했다. 참고로 위지윅스튜디오는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기반으로 한 종합 콘텐츠 제작사다. 아티스트컴퍼니 인수를 통해 보다 양질의 배우를 기용, 다양한 작품을 제작·유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정재 측은 이 과정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잘 유통시킨다’는 그림을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그런 관점에서 위지윅과 공조 외에도 조각 퍼즐을 좀 더 정치하게 맞춰야 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와이더플래닛이다.
와이더플래닛은 휴대폰 혹은 PC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이들의 소비 패턴을 읽어주고 이 데이터를 제공하며 수익을 올리는 회사다. 이정재 측은 와이더플래닛의 이런 기술력을 콘텐츠 업계에 적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봤다.
실제 지난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이정재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구교식 와이더플래닛 대표는 “(이정재 씨가) 영화, 드라마는 기획 단계 때 현장 전문가의 ‘감(感)’에 의존하거나 작가, 감독, 배우 캐스팅 여부에 따라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좀 더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의기투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와이더플래닛은 영화, 드라마 기획 단계 때부터 데이터 빅데이터를 활용, 콘텐츠의 최적 기획 제작, 개봉 시기 선정, 배급 방법 등을 정하는 데 일조한다는 입장이다. 구 대표는 “광고, 마케팅을 할 때 TV 광고처럼 일반 대중에게 ‘무차별 사격’식으로 영화, 드라마 소식을 알릴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볼 사람에게 ‘맞춤형’으로 저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참여형 이벤트, 팬 커뮤니티 활동 지원, 팬덤 MD(머천다이징, 상품기획) 사업 등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래몽래인 역시 이정재 가세를 ‘청신호’로 여기는 분위기다. 흔히 드라마,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많은 제작비가 든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또 하나 변수가 있다. IP(지식재산권) 즉 저작권이다. 자체 제작을 해서 전 세계 OTT, 방송사, 플랫폼 등에 판권을 팔 수 있다면 베스트다. 그런데 국내 제작사는 영세하다. 래몽래인만 해도 ‘재벌집 막내아들’이 히트 쳤던 2022년 연간 매출액은 213억원대, 영업손실은 42억원대에 달했다. 지난해 소폭 분기 흑자를 기록할 때도 있었지만 연 단위로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정재 측 유상증자 참여로 래몽래인에는 약 290억원의 자금이 수혈된다. 김동래 래몽래인 대표는 “이를 자체 제작에 쓰고 이정재 씨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얹어 해외에 직진출시킬 수 있다고 봐서 유상증자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미 이정재는 ‘헌트’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바 있다. 다만 드라마, 예능 등 다른 분야 제작까지는 뜻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래몽래인은 지난해 일본에서 드림콘서트를 성공시켰고 ‘깐죽포차’ 등 예능 프로그램도 속속 제작하고 있다. 이정재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체크 포인트는?
결국 실적 이어질지 여부 봐야
이정재 관련주가 단순 테마주로 그치지 않으려면 당연히 유상증자 참여 시 밝힌 ‘가설’대로 실적을 증명해야 한다.
당장은 이미 납입 완료된 와이더플래닛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래몽래인 납입이 끝나고 나서 IP 관련 수익 창출이 늘어날지, 글로벌 진출이 가시화될지, 대작 영화 등 킬러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을지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추가 M&A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평가된 콘텐츠, IT 유통, 굿즈, e커머스 회사 인수를 통해 IP를 활용해 실질적인 제품 구매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와이더플래닛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운다며 단행된 유상증자가 의미가 있는 것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와이더플래닛에 들어왔던 돈의 대부분이 래몽래인 유상증자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와이더플래닛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당시 총 금액은 190억원. 이정재와 정우성이 각각 100억원과 20억원을, 위지윅스튜디오가 20억원, 박관우 위지윅 공동대표 20억원, 박인규 공동대표 20억원, 송기철 씨가 10억원을 출연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래몽래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소식이 나왔다. 발행 신주는 보통주 292만440주, 발행가액 주당 9930원으로 ▲와이더플래닛 181만2688주 ▲배우 이정재 50만3524주 ▲2대 주주 박인규 대표 50만3524주 ▲케이컬쳐제1호조합 10만704주가 배정됐다.
단순 계산으로 와이더플래닛이 래몽래인 유상증자에 쏟아붓는 자금은 178억8700만원이다. 와이더플래닛 유상증자 당시 이정재 사단이 들인 돈이 190억원인데 얼마 안 있어 이 돈의 대부분을 래몽래인 유상증자에 넣음으로써 다시 래몽래인 1대 주주가 된 셈. 이정재는 사실상 와이더플래닛 100억원, 래몽래인 추가 50억원으로 상장사 2곳의 지배 주주에 올랐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정재 참여 소식이 알려진 후 주가 급등으로 차익을 얻은 건 덤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수 지분으로 여러 기업 경영권을 행사하는 재벌 경영을 벤치마킹한 셈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세간의 이런 인식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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