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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180석 독주정치가 대선패배 불렀다…공멸 총선, 정치 복원하라" [전문가 4인 긴급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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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이재명, 조국 같은 사람들이 장악하게 된다.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은 이들을 감옥에 넣지 못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3월 19일)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자고 대통령을 뽑았는데, 지금 보니 차라리 없었으면 나았을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3월 24일)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총선이 아니라 그 이후가 두렵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입법독주와 거부권이 반복되던 21대 국회보다 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26일 만난 정치권 인사는 "선거 과정 내내 오직 상대방을 악마화하면서 증오와 비방의 언어만이 넘쳐났는데, 이대로 누가 승리한들 과연 정상적인 정치가 기능하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4·10 총선을 2주일 가량 남겨둔 선거 막판 시기, 선거 결과보다 선거 이후의 정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년전 대선에서 불거진 '비호감 대선' 논란이 이제는 '혐오 총선'으로 더 나빠졌다는 진단이다. 이에 중앙일보는 4명의 정치학자로부터 이번 선거 과정에 불거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향후 22대 국회의 과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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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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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거판에 대한 우려는 심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와 미중 패권 경쟁에 우리의 대전략과 비전이 무엇인지는 생략되고 이쪽은 종북이다, 저쪽은 친일이다 하면서 극단적 편가르기만 있다"고 일갈했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복수 프레임이 난무한다. 이번 총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복수 정치의 예고편'"이라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 역시 “과거엔 여야 1·2당이 대치하면 3당이 균형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조국혁신당이 '3년은 너무 길다'며 극단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 대한민국 의회정치에 이런 활극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윤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팬덤 정치가 강화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적폐 청산' 수사처럼 정치 보복이 한국 정치의 디폴트가 됐다"며 "여야가 권력을 넘겨줬을 때의 공포 때문에 협치보다는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도 "여야 지도부가 총선 후 당내 주도권 경쟁과 향후 대선 로드맵 등을 신경쓰다 보니 선거 승리보다 '내 사람' 심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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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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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쪽이 이기든 협치 없는 일방독주는 결국 민심의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임대차 3법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재묵)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한 민주당은 야당에 법사위원장 등을 맡기는 관례 등을 모두 무시하고 원구성을 주도한 뒤,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며 '임대차 3법'을 강행했다. 전문가들이 시장 왜곡을 우려하며 반대했지만 수(數)로 밀어붙였다. 돌아온 것은 서울 집값의 폭등이었다. 그 결과 재집권에 실패하고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줬다.

2004년 총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수(數)를 앞세워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가 민심 악화로 이어지면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지난 정부 때 여당이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실패 사례로 꼽힌다. 총선 과반 승리가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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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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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은 정서적으로 내전 상태다.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흑백논리와 법을 통해서 상대를 처벌하려고 하다가는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무한 대립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집권세력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통령은 여야 대표를 자주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 법에만 의존하려고 하지 말고 여야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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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응 서강대 교수


무엇보다도 저출생, 북핵, 지방 소멸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정치권이 함께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갈등의 의제를 진영 논리로 접근하니까 국가적 난제를 어느 한 쪽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자신의 지지층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연속성있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을 망친 건 당파싸움이라는 붕당의 결과였다. 초기엔 승리한 당파가 국정 방향과 주요 관직을 결정했지만 숙청과 보복이 반복되면서 각 당파에 인재가 말라버리자 특정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는 세도정치로 뿌리내렸다. 윤 교수는 "현재 복수와 멸절을 외치는 여야가 세도정치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성운·장서윤·김정재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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