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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연금과 보험

한미약품-OCI 통합, 16.8% 소액주주 표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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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장남 임종윤 사장. 사진 연합뉴스, 임종윤 사장 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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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아이(OCI)그룹과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촉발된 한미약품그룹(이하 한미약품)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한미약품 모녀 편에 서기로 했다.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 창업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다. 총수일가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그룹 통합 추진에 반대하며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장·차남 대 모녀’의 승부는 주총 표 대결로 가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26일 회의를 열어, 한미사이언스 주총 의결권 행사를 논의했다. 수책위는 회의 뒤 보도자료를 내어,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이 이끄는 한미사이언스 현 경영진이 추천한 임주현 사장을 비롯한 사내·사외·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통합 반대파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안한 후보들에 대해서는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그룹 통합을 추진한 송영숙 회장과 그의 장녀 임주현 사장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모녀 지분은 21.86%다. 재단과 친족 등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35.01%다. 통합 반대파인 형제 지분은 20.47%로, 지지 입장을 밝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과 친인척 등 지분을 더하면 40.57%다. 우호지분 확보 경쟁에서 모녀 쪽이 밀렸던 상황이었으나, 지분 7.66%를 가진 국민연금이 모녀 쪽에 서게 되면서 지분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 하지만 격차가 2.1% 포인트에 불과해 3만8천여명의 소액주주(16.76%)의 선택에 따라 통합 성사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원도 모녀 쪽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조병구)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이날 기각했다. 그룹 통합의 1차 걸림돌로 꼽혔던 법적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된 것이다. 재판부는 “(통합을 위한 신주발행은) 송영숙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다”면서도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통합을) 검토한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두 형제는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임시적인 조치”라며 “항고하겠다. 본안소송을 통해서도 이번 결정의 부당성에 관해 다투겠다”고 했다.



한편, 송영숙 회장은 임종윤·종훈 형제를 “철없는 아들들”이라 지칭하며 후계자로 임주현 사장을 지목했다. 송 회장은 이날 언론에 보낸 ‘결단과 소회’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두 아들을 두고서는 “지난 3년간 나는 아들 둘에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언과 협력을 요청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며 “철없는 아들들, 결국 ‘프리미엄’ 붙여 지분 매각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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