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교사가 단기파견을 나갔던 필리핀 공립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병수 교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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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도 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나고, 대학 교수도 해외 교환교수로 나갈 수 있는 제도가 있는 것처럼, 공립학교 교사들도 해외 파견교사로 나갈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해외 파견교사 제도는 교육부가 국외 한국학교나 현지 학교에 우리 교사들을 파견해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가르치게 하는 제도다. 교육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기존 월급도 그대로 받으며, 단지 근무지만 해외로 바뀔 뿐인 제도다.
많은 교사들이 이 제도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뭘 준비해야 될지 막막한 가운데, 2차례의 해외 파견을 다녀온 김병수 교사로부터 해외 파견교사 제도의 경험담과 준비 사항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008년 경기도의 중학교 국어교사로 첫 교직을 시작한 김병수 교사는 임용 4년차 되던 즈음 ‘해외 파견 교사’ 공고문을 보았다. 당시 공고문은 필리핀 등지로 파견돼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칠 교사를 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해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외국에 나가 해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그는 필리핀 파견을 통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실력도 키울 겸 파견에 지원했다. 선발에 합격해 지난 2014년 필리핀 현지 공립고등학교에서 4개월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아온 뒤, 이번에는 프랑스로 장기 파견을 나가는 교사 선발 공고문을 본 뒤 3년간의 준비 끝에 합격해 프랑스로 떠났다. “유럽의 선진 교육을 배워보고 싶었다”는 그는 2017년부터 3년간 프랑스 현지 공립 국제중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돌아왔다.
해외에서 근무하고 싶은 교사들은 우선 ‘파견’과 ‘초빙’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견’은 앞서 말했듯이 교육부에서 선발해 해외로 파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교육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원적 학교에서 월급도 받으면서 근무만 해외로 바뀌는 형식이다. 반면, ‘초빙’은 해외 학교에서 교사를 뽑아서 고용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교사는 휴직자 신분으로 해외에 근무하며 초빙 학교에서만 급여를 받게 된다.
‘파견’으로 해외에 나가기로 결정했다면, 나라를 결정하고, 재외국민 학교로 갈지, 현지 학교로 갈지, 장기 파견으로 나갈지, 단기 파견으로 나갈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교육부 누리집(www.moe.go.kr)을 검색하면 파견 공고문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파견 대상국은 일본, 중국, 캄보디아, 러시아, 이집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프랑스 등이다. 김병수 교사는 “장기 파견은 기본 3년이어서 집 문제, 차 문제, 동반 가족 문제 등 처리할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단기 파견을 먼저 다녀온 뒤 자신이 해외 파견 근무에 보람을 느끼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고서 장기 파견을 지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장기파견 지원 요건은 일정 기간 이상의 교육 경력, 공인외국어 점수 등이다. 또 지원서와 활동계획서, 면접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평가 요소는 봉사정신, 교과 전문성, 국제성(글로벌 마인드), 리더십 등이다. 김 교사는 “내 경우, 다양한 봉사활동 경력과 연구회 참여 경력, 여러 수상 경력과 높은 교원 평가 점수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거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과 교육 외교관으로서의 사명감과 분명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수 교사가 장기파견을 나갔던 프랑스 현지 공립 국제중학교에서 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다. 김병수 교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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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는 해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필리핀 교육과 프랑스 교육, 한국 교육의 장단점을 비교함으로써 우리가 참고해야 할 점과 우리 교육의 강점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필리핀은 미국과 스페인의 영향으로 춤과 노래, 연극을 사랑하는 문화가 교육에도 그대로 스며들어 있었다”며 “특히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참여하는 연극 수업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필리핀은 교실과 교육청마다 ‘킵 스마일링’(미소를 짓자) 문구를 써놓고 모든 선생님과 아이들이 늘 미소를 지으면서 유머를 주고받는 것이 감동적이었다”며 “이런 교육문화 덕분에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교육과 관련해서는 그는 “학원이 없고 공교육이 살아있다는 점이 굉장히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평등하고 직업에 귀천이 없고 어릴 적부터 선택을 통한 자기주도적인 삶을 교육한다는 점, 인문학 중심의 독서와 글쓰기를 중시하고 점, 다문화사회와 세계시민교육을 지향하는 점 등 배울 것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이같은 교육이 프랑스를 강국으로 만들고 글로벌 리더를 배출해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프랑스 학교에서는 행정이나 학생 생활지도, 학교폭력 처리 등은 따로 전담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교사는 오직 ‘가르치는 전문가’로서 수업에만 집중하는 게 큰 차별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한국 교육의 장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에듀테크는 최고의 수준이고, 교사의 열정과 능력 또한 최고 수준인데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친분을 쌓는 점은 한국 교육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해외파견 경험이 개인적 삶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는 “사고가 유연해지고 삶에 대한 자기주도성이 강해져서 나의 꿈이 나를 뛰어넘어 지역과 공동체 전체로 커졌다”고 말했다. 파견교사를 다녀온 뒤 그는 지역에서 아빠들과 교육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 모임’을 만들고, 선생님들과 기업가들의 협업 모임인 진로 모임도 만든 데 이어, 전국의 아이들을 ‘지덕체’ 철학으로 키우는 온라인 스쿨 ‘꿈런스쿨’도 운영 중이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파견교사를 또 나갈 생각이 있다”는 그는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려면 교사가 먼저 글로벌 교사가 되어야 된다”며 파견교사 경험을 적극 추천했다.
한편, 그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은 책 ‘프랑스 학교에는 교무실이 없다’(미다스북스)를 최근 펴냈다. 책은 단기, 장기 파견 시 준비 사항부터 파견국가 선택 시 고려할 점, 참고하면 좋은 각종 누리집과 카페, 교육부 면접 예상질문까지 상세하게 안내한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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