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김회경의 총선 줌인] 수도권 위기가 부른 '윤-한 갈등'... 봉합만으로 중도 잡기 어렵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국 끌고 尹 민 '정권심판론'에 총선 안갯속
용산발 리스크에 수도권·중도층 민심 급변
韓, 여론 명분 '이종섭·황상무 사퇴' 尹 압박
이종섭 귀국했지만 與도 "자진사퇴" 요구도
중도 확장·정책 차별화 없는 '韓 원톱 시스템'
'尹과 충돌 후 봉합'만으로 외연 확장 어려워
한국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0일 경기 안양시 초원어린이공원에서 주민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안양=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과 대비된 조용한 공천으로 '부자 몸조심'하던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 ①조국혁신당의 급부상이 정권심판론 불씨를 살렸고, ②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것은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③'이종섭·황상무 논란' 및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이견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까지 부각됐다. 총선의 캐스팅보트인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이 크게 동요하면서 그간 민주당에 불리해 보였던 총선 전망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정권심판론 되살린 조국혁신당 돌풍

한국일보

조국 조국혁신당 조국대표가 21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우려하고 있는 '수도권 위기론'의 배경 중 하나는 예상외로 공고한 정권심판론이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비대위 출범으로 '윤석열 대 이재명'의 총선 구도는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전환하는 듯 보였다.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도 정권심판론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조기 종식'을 핵심 목표로 내건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윤 대통령을 재소환하면서 정권심판론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렸다.

한국갤럽의 3월 2주 차 여론조사에서 총선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9%,"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0%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역구 의석(254석) 중 48%(122석)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정권심판론이 더 높다는 점이다. 서울(48석)과 인천·경기(74석)에서 정권견제론은 각각 58%, 55%인 반면, 정권지원론은 각각 31%, 32%에 그쳤다.
한국일보

정권견제론 vs 정권지원론 여론조사.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7%로 민주당(32%)과 합하면 국민의힘 지지율(37%)과 동일하다. 특히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투표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19%로 일주일 새 4%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의미래는 34%, 더불어민주연합은 24%였다. 18~20일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총선 후 제1당 예상과 관련해 민주당이 45%로 국민의힘(37%)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민주당은 4%포인트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은 2%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일보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선전할수록 민주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바뀌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반윤 성향의 강성 진보층 외에 공천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야권 성향 유권자의 투표 포기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으러 간 김에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야권의 기대가 힘을 얻고 있다.

尹, 여론에 밀려 '이종섭 거취' 韓 요구 수용

한국일보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지난 10일 호주대사로 부임한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불거진 용산 리스크는 수도권과 중도층을 중심으로 총선판을 흔들고 있다. '도피 논란'이 불거진 이 대사가 출국한 지난 10일을 전후로 한 지지율 변화는 이를 보여준다.

이 대사의 출국 전 실시된 한국갤럽의 3월 1주 차(5~7일) 조사에서 서울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45%였다. 출국 후 실시된 3월 2주 차(12~14일) 조사에서는 30%로 일주일 새 15%포인트 급락했다. 중도층에서도 32%(3월 1주)에서 24%(3월 2주)로 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서울에서 24%(3월 1주)에서 32%(3월 2주)로 상승했고, 중도층에서도 29%에서 33%로 상승했다. 14일 저녁엔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까지 알려지며 여권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한 위원장이 17일 두 사람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대통령실에 요구한 것은 민심 이반을 호소한 당내 후보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지난 8일 출국 금지된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이 (출국 금지를) 미리 알지 못했을 것 같다"고 두둔하는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대통령실은 20일 황 수석의 사의 수용과 이 대사의 조기 귀국 결정을 발표했다. 총선 민심을 의식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한국일보

서울 및 인천·경기 여·야 지지율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에 "국민들이 걱정했던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공언했지만, '국면 전환용' 봉합으로 악재가 사라졌다고 보는 이는 없다. 우선 21일 귀국한 이 대사의 거취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임명·출국 과정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데다 사안의 본질인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여당에서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이 한 위원장을 향해 '밀실 공천'이라고 비판한 비례 공천도 호남·당직자 몫을 앞순위에 배치하는 등 일부 재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당선권 밖인 24번에 배치된 것에 항의하며 사퇴한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주 전 위원장의 후순위 배치에 한 위원장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견상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한 발씩 양보해 절충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유권자에게 윤-한 갈등만 재확인해준 셈이다.

외연 확장·尹과 차별화에 소홀한 한동훈

한국일보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대응과 관련한 갈등으로 한 위원장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으면서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서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위기가 조국혁신당과 용산 리스크 등 외부 요인에만 의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에 안주한 한동훈 비대위가 정권심판론을 희석할 수 있는 민생 정책 제시 등 외연 확장에 소홀히 한 것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본질적으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 핵심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한 위원장이 내세운 '운동권 특권세력 청산론'은 여권의 외연 확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재명 대표가 민생 심판보다 검찰 심판을 더 강하게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이 민심의 기저에 흐르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19일 중앙선대위 발족식에서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종북세력이 나라의 주류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거나, 다음 주 대구·경북(TK)을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대응을 둘러싼 1차 윤-한 갈등으로 한 위원장은 '윤석열의 아바타'라는 이미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불통' 이미지가 강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효과를 누리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발판이 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봉합 이후 윤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이번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기 전까지 대통령실에 대한 쓴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12년 총선 이끈 박근혜 비대위와 대조

한국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못골시장을 방문해 후보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수원=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훈 원톱 시스템의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후보와 지역 이슈는 가려지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한 위원장에게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이 정부 정책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보다 현안 해결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일례로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의료계와 정부 간 대치와 관련해 정부 입장만 대변하기보다 양측 간 대화 중재나 대안 제시 등 해법 모색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통령과 충돌 후 봉합'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민심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이는 2012년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와 확연히 다른 대목이다. 박 위원장은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에 나서 부결시켰다. 친박근혜계를 바탕으로 한 명실상부한 미래권력이었기에 가능했다. 이명박 정권 마지막 해에 열린 총선에서 구원등판해 정부와 차별화된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중도 공략에 나섰고, 과반 의석(152석)을 얻어 승리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당내 확고한 세력도 없고 윤 정부와 차별화한 정책을 말하지도 않는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취임한 지 만 2년도 안 된 정권 초기다. 윤 대통령과의 확실한 차별화에 나서기도 어렵고, 충돌 후 봉합만으로 윤 대통령과 다른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전국지표조사(NBS),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회경 논설위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