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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전환지원금’에 다급해진 방통위… 삼성·애플·통신 3사 CEO는 “이럴려고 우리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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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발표된 ‘전환지원금’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이어지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다급한 모습이다. 전환지원금은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입할 때 통신사를 옮길 경우 이통사가 최대 50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다. 방통위는 전환지원금 상향조정을 요청하고자 22일 통신 3사 임원을 또 다시 불러모았다. 전환지원금에 대한 실효성 논란에 방통위는 이날은 통신3사 외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와 애플도 불렀다. 하지만, 마음 급한 방통위와 달리 통신3사와 제조사 임원들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문가들은 전환지원금 정책으로 가계통신비가 인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3사·제조사 간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이들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인상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 부문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이 참석했다. 앞서 두 차례 통신3사 임원들을 불러 협조를 요청했지만, 시장에 변화가 없자 이번엔 수장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방통위는 이달 14일과 18일에도 통신3사 임원들을 호출했다. 전환지원금 시행 첫날인 14일에는 통신사가 아무런 지원금을 발표하지 않아서, 18일에는 통신사들이 황급히 내놓은 3만~13만원의 전환지원금이 최대 지원가능한 금액에 한참 못미치자 이들에게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만남을 추진했다.

이날 통신3사 CEO는 기자들의 ‘전환지원금 적다는 이야기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전환지원금이 부담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날 회사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 앞에서 전환지원금에 대해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 실질 통신비는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인데 이게 과연 바른 방향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역시 이날은 침묵을 유지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공식 브리핑이 있을테니 기다려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방통위는 통신사에 지속적으로 전환지원금 상향 요청을 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과거 단통법 시행 전과 달리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됐고, 단말기 가격도 비싸진 상황을 강조하며 전산시스템도 준비가 안 됐으며 마케팅에 돈을 쏟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도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라며 “방통위가 당초 통신사가 자율적으로 이익을 삭감하면서까지 전환지원금을 경쟁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한 게 실효성이 없던 것”이라 했다. 이어 “세계 시장에서 선두 자리에 밀려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해야하는 노태문 사장까지 부른 것은 결국 보여주기식 협조 아니냐”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22일 오후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신3사·제조사 간 간담회를 마치고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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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은 통신 3사에 전환지원금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제조사에게는 통신 3사의 전환지원금 분담과 중저가 단말 출시 확대를 요구했다. 반상권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은 “통신 3사가 각 사의 재무 구조를 고려해서 마케팅 전략을 짤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애플도 비용 분담에 대해 일정 부분 협의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 3사가 당장 전환지원금을 대폭 늘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전환지원금 비용을 온전히 회사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 3사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되며 수익성 증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5G 가입자 수는 2022년 대비 16.9% 늘어난 3280만8121명이었다. 2022년(2805만9343명)에는 5G 가입자 증가율이 2021년 대비 34.1%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율이 절반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이 가운데 전환지원금 확대로 통신 3사의 부담이 늘면, 통신 품질 저하와 인공지능(AI) 신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통신사 간 번호 이동 빈도가 늘어날 수록 3사의 마케팅 비용 부담도 늘게 된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마케팅비는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중국의 공세에 부딪치고 있는 삼성전자도 전환지원금에 돈을 쏟아붓기엔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9.4%를 기록해 애플(20.1%)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접히는)폰 출하량에서도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화웨이가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2021년 90%에서 지난해 60%까지 줄었다.

전환지원금으로 소비자가 느낄 통신비 경감 효과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통신 3사가 지원하는 전환지원금은 10만원이 넘는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10만원 초반대의 지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만원을 더 얹어준다고 해서 가입자들이 다른 통신사로 옮겨갈 확률은 적어보인다”라고 말했다.

김범준 카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환지원금이 고가 요금제 위주로 편성돼있어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통신비 경감 효과가 크지 않다”며 “통신사들도 중간요금제나 3만원대 5G 요금제 등으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환지원금으로 인한 부담이 작지 않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통신사와 소비자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고 시장 침체만 야기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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