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간담회에서 주주제안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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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자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가 OCI그룹과의 통합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주주가 바뀌는 중대 사안이 밀실에서 결정됐다며 감독 당국이 주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미와 OCI의 통합을 추진한 임 창업자의 부인 송영숙 회장·임주현 전략기획실장(사장) 등 모녀 측과 두 아들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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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스튜어드십코드 발휘할 때”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 겸 한미약품 사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들과 국민연금의 지지를 호소했다. 장남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은 일부 정보만으로 계약·동의가 이뤄진 일종의 불완전거래”라며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문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사안일뿐더러 국민연금이 나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발휘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 보스턴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장남 임종윤 사장은 2016년부터 7년간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아오다 2022년 모친 송영숙 회장에게 단독대표 자리를 내줬다. 임종윤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뜻을 이룰 수 있는 준비가 되면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짓고 10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며 “5년 내 순이익 1조원과 시가총액 50조원 목표를 이루고 장기적으로는 시총 200조원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차남 임종훈 사장은 “이곳에 오기 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한미약품이 더 성장하려면 그 문화를 아는 사람이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주주들이) 다시 기회를 준다면 ‘겸손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종훈 사장이 말한 시총 200조원 달성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은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임성기 선대 회장이 왜 장남을 확고한 승계자로 낙점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길 바란다”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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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와 형제 간 표 대결 양상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차남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 겸 한미약품 사장이 간담회에서 주주제안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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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이번 주총에 장녀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6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 4명에 더해 총 10명의 이사진 전원을 아군으로 채우기 위해서다.
반면 형제 측은 OCI 통합 저지를 위해 자신들을 포함한 5인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 5명이 모두 이사회에 입성할 경우 기존 이사진(4명)보다 다수가 된다.
현재 모녀(21.86%)와 형제(20.47%)의 지분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의 지분은 11.66%, 임주현 사장의 지분은 10.2%다. 임종윤·종훈 사장의 지분은 각각 9.91%, 10.56%다. 이 때문에 창업주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지분이 많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약 12%)과 국민연금(약 7%)이 표 대결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사진 한미약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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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자문사도 엇갈린 반응
OCI-한미약품 통합 후 예상 지분율 그래픽 이미지. |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모녀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에 전원 찬성 의견을 냈으며 형제 측 제안에는 모두 반대했다. 반면 국내 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은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줬고, 모녀 측 제안을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중립 의견을 냈다. ISS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찬성하면서도 임주현 실장의 선임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한편 임종윤 사장 측이 지난 1월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도 주총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임종훈 사장은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위해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말을 아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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