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평면을 베어 만든 공간…이 미술관에선 관객도 작품이 된다 [영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독일 뮌헨에는 미술관 ‘노이에 피나코테크’, 스위스 취리히에는 미술관 ‘쿤스트 할레’가 있습니다. 독일어로 노이에(NEUE)는 새로운, 쿤스트(KUNST)는 예술이라는 뜻인데요. 한겨레가 ‘노이에 쿤스트’를 시작합니다. 노이에 쿤스트는 시각예술을 다루는 미술 전문 영상 콘텐츠입니다.





한겨레

지난달 14일 개관한 강원도 강릉시 솔올미술관. 박승연 피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겨울과 봄이 함께하는 3월의 두 번째 토요일 오후. 손을 꼭 쥔 연인이 흙길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어린이들이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뛰놀고, 그 아이들을 부부가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동호회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음료를 마시며 미술을 이야기합니다. ‘셀카봉’에 휴대전화를 끼워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문을 연 강원도 강릉시 솔올미술관의 하루는 잔잔하고 아늑하게 흘러갔습니다.





한겨레

솔올미술관 카페 천장에 설치된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 박승연 피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나무가 많은 고을 ‘솔올’. 미술관이 있는 강릉시 교동의 옛 이름입니다. 지금도 소나무들이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희고 매끈한 건물과 거칠고 푸른 자연이 조화로운 솔올미술관은 미국 설계사무소 ‘마이어 파트너스’의 작품입니다. ‘백색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 언어를 이어받은 곳입니다.



미술관 곳곳엔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이 스며있습니다. 중앙 마당은 건축물 세 동을 감싸고 있고, 투명한 유리 벽은 안과 밖을 이어줍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 태양은 미술관에 또 하나의 조명입니다. 마당에는 여름이면 붉은색 백일홍을 꽃 피울 배롱나무(강릉 시화)가 뿌리내려 있습니다.



한겨레

루치오 폰타나가 1959년 캔버스를 칼로 베어 완성한 ‘공간 개념’ 연작. 박승연 피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솔올미술관 개관전으로 루치오 폰타나(1899∼1968)의 ‘공간·기다림’과 곽인식(1919∼1988)의 ‘인 다이얼로그’가 함께 열렸습니다. 서로 만난 적 없는 두 명의 현대미술작가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료를 변형시켜 작품을 만들었다는 건데요. 공간과 물성(사물 고유의 성질)을 탐구하고, 평면 재료에 입체감을 부여한 점도 비슷합니다.



전시실은 모두 3개. 1전시실에는 폰타나의 회화 작품인 ‘베기’ 연작과 ‘뚫기’ 연작이 배치됐습니다. 작가는 캔버스를 칼로 찢어 흠집을 내거나 송곳으로 뚫어버렸는데요. 캔버스 너머의 공간과 차원을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한겨레

루치오 폰타나의 ‘네온이 있는 공간 환경’(1967·202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폰타나의 ‘공간 환경’ 연작이 있는 2전시실에서는 관람객이 작품이 됩니다. 온통 하얀색인 미로, 손끝 감각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어두운 방, 네온등이 눈부신 분홍빛 방. 독특한 설치미술작품 속을 걷다 보면 작가가 의도한 빛, 소리, 색의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겨레

곽인식이 유리를 부수고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 완성한 ‘63-W’(1963). 박승연 피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굴러다니는 돌, 찢어진 종이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았던 곽인식의 회화와 조각은 3전시실에 자리 잡았습니다. 동판을 찢어가며 공간을 탐구했던 폰타나처럼 곽인식도 재료에 충격이나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물성을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한겨레

벽면이 유리인 솔올미술관에선 태양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빛을 감상할 수 있다. 박승연 피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솔올미술관에 가면 유리창 너머 눈 묻은 태백산맥과 강릉 도심을 한 눈에 담으실 수 있습니다. 자연과 도시, 공간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진 솔올미술관. 영상을 통해 만나보세요.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출연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글 황인솔 기자 breezy@hani.co.kr



영상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