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정훈 후보(마포 을)가 19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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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문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견을 보이면서, 4·10 총선을 20여일 앞둔 여권이 내홍에 빠졌다.
한동훈 위원장은 19일 거듭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와 ‘비판 언론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 수석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이 대사 즉각 귀국, 황 수석 스스로 거취 결정’이라는 지난 17일 발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더 민감해야 한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며 “국민들이 총선 앞에 다른 이슈보다 소모적 정쟁에 관심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말씀드린 것이다. 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두 사람의 거취를 정리할 뜻이 없다는 태도를 표시하자 재차 압박을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출마자들은 신속한 정리를 촉구했다. 경기 성남분당갑 출마자인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오비에스(O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종섭 대사와 관련해 “당장이라도 귀국해서 조사받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천선거대책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페이스북에 “나름의 이유도 있고 억울함도 있을 것이지만 살을 내주더라도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선거는 당에서 치르는 것이지 대통령실이 치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한 윤희숙 전 의원도 기자들에게 “매일매일 중도층의 마음이 냉담해지는 게 느껴진다”며 “두 분의 자발적인 사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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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는 한 위원장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다른 생각 있으면 그걸 서로 조율해야지, 내지르면 안된다”며 “한 위원장이 자기 장사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집권여당은 대통령도 잘 보좌해야 하는데, 한 위원장은 제 이미지 정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도 한 위원장이 자신이 영입한 인사들은 빼놓지 않고 실속을 챙겼다고 여긴다. 대통령실 역시 불편한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건 정책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한 것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실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마자들은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에 관한 대처를 놓고 촉발됐던 윤-한 충돌이 재연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당시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직 사퇴’까지 요구했다가 이틀 만에 충남 서천군 화재현장 만남을 통해 갈등은 덮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예전만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에 출마한 한 후보는 “매일 새벽 6시마다 일어나 열심히 달려왔는데, 두 사람 갈등만 보도되고 있으니 힘이 쭉 빠진다”며 “이러다 수도권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한 영남 의원은 “이 당은 선거에 이길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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