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매화축제가 개막한 8일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을 찾은 상춘객들이 봄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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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강변에서 열리는 매화축제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희고 붉은 매화가 만발했다. 주말인 16일 축제장은 완연한 봄기운을 즐기기 위해 몰린 8만 명의 인파로 붐볐다. 23회째를 맞은 매화축제에서 매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번 축제 때부터 사라진 게 있다. 바로 일회용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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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할 때도 종이컵 대신 소주잔”
광양매화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용한 다회용기를 반납하고 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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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개막한 광양매화축제는 올해부터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 음식 부스에서는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제공하고, 방문객들은 사용한 접시나 컵, 밥그릇 등을 종류별로 반납해야 한다. 전현진 광양시청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입점 업체 공고를 할 때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고, 하루에 최대 5만 개의 다회용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음료 시음을 할 때도 종이컵 대신 소주잔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매화축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봄꽃 축제로 꼽힌다. 광양시가 올해 행사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한 건 축제가 열릴 때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일회용품 쓰레기는 처리하기도 힘들뿐더러 행사장 곳곳에 버려져 미관을 해치는 골칫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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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쓰레기 3분의 1로 줄어…“24톤 감축 예상”
광양매화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사용한 다회용기를 반납하고 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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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을 없애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광양시에 따르면, 축제 첫 주말이었던 9일 하루 동안 2020㎏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1년 전 축제 첫 주말이었던 3월 11일에 발생한 쓰레기(5400㎏)보다 63%가량 적은 양이다. 1년 만에 쓰레기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광양시는 다회용기 전환을 통해 축제 기간에 ▶그릇 4만 200개 ▶컵 5만 6000개 ▶숟가락·젓가락 4만 3000개 등 총 24.4t(톤)의 일회용품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축제장을 찾은 한 관광객은 “쓰레기도 준 것 같고 축제장이 더 깨끗해져서 (일회용품을 안 쓰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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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 양은 도시락 순식간에 완판
광양매화축제에서 인기를 끈 추억의 양은 도시락. 5000원에 판매됐다. 광양시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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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에서 퇴출당한 건 일회용품만이 아니다. 악명 높았던 바가지요금도 사라졌다. 광양시가 입점 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계란 프라이에 소시지·멸치볶음·매실 장아찌 등 5개가 넘는 반찬을 담은 5000원짜리 양은 도시락은 일찍 재고가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성수 광양시 관광과장은 “해마다 교통난과 주차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만연한 바가지요금으로 상흔을 남기는 축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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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22개 축제 다회용기 지원…“친환경 축제 자리매김할 것”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구례 산수유축제.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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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 축제 등 전남도 내 다른 축제들도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진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전라남도는 올해부터 예산 지원 등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일회용품 없는 축제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군별 대표 축제 1곳씩 총 22개 축제를 대상으로 행사장 안에 다회용기를 공급하고 수거·세척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연재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미세플라스틱 문제 등으로 인해 최근 들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올해 시범사업을 토대로 내년에는 호남 지역에서 열리는 모든 축제가 친환경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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