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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벌써 매진" 여기저기 탄식…1000원의 아침밥 전쟁[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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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천원의 학식'
농식품부 올해 186개교 지원…고물가시대 '가성비 한 끼'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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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천원의 아침밥 학식 메뉴. 매주 월·수·금요일에는 양식(뷔페식)을, 화·목요일에는 백반을 제공한다./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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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천원의 학식 품절 됐습니다."

14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신공학관 1층 식당 앞. '아침 학식 품절' 안내판이 붙자 뒤늦게 이곳을 찾은 학생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기저기서 "헐 벌써 매진됐어" "말도 안돼" 등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국대에서는 이날 오전 8시20분부터 9시30분까지 학생들에게 아침 학식 메뉴를 1000원에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식권 150개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높은 인기 탓에 20분 만에 매진됐다.

새학기를 맞아 캠퍼스에 돌아온 학생들은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진심이었다. 수업시간보다 2~3시간 일찍 학교에 도착해 식당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행위)을 서는 진풍경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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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신공학관 1층 식당 앞에 '금일 천원의 학식 품절 되었습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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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은 아침식사 결식률이 59%에 이르는 대학생에게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해 건강한 식습관을 독려하기 위한 사업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됐으며 올해는 3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 대학 186개교를 선정했다. 올해 정부 지원 단가가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늘어나면 참여 학교가 지난해보다 42개교 늘었다. 경기대, 명지대, 한국외대, 숭실대 등이 대표적이다.

동국대는 정부의 지원으로 지난해 단가 4000원이던 아침밥을 올해부터 5000원으로 인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00원, 서울시와 학교, 학생이 1000원씩 부담한다. 매주 월·수·금요일에는 양식(뷔페식)을, 화·목요일에는 백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아침 메뉴는 미트볼, 백반, 계란찜, 나물, 깍두기, 수제비 등이었다. 평소에는 사과푸딩에 짜사이채무침, 명엽채볶음, 버터옥수수구이 등이 나온다. 학생들은 식권 발매기 앞에서 1000원을 결제하고 '동국패스' 앱으로 재학생 인증을 한 뒤 식권을 제출해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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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7시55분쯤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식당에 50여명의 학생들이 오픈런 줄을 선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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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7시55분쯤 식당 안에는 오픈 15분 전부터 50여명의 학생들이 줄지어 있었다. 근처 기숙사에 살아 트레이닝 바지에 모자를 눌러쓴 학생부터 과잠에 백팩을 메고 통학하는 대학생까지 다양했다. 친구와 아침 약속을 잡고 이곳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도 있었다.

공과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20번째로 식당에 도착해 줄을 섰다. 그는 "수업이 10시30분부터인데 일부러 아침 먹으러 학교에 일찍 왔다"며 "집에서 먹으면 음식도 차려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1000원만 내면 편하게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한다는 법학과 3학년 한승익씨는 "일주일 내내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다"며 "밖에서 먹으면 기본 7000원인데 푸짐한 음식을 단돈 1000원에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3.1% 상승했다.

대학 측도 20분 만에 완판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아침 일찍 나와 줄을 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도 균형잡힌 식사 제공을 위해 학생 만족도 조사, 식당 조리 위생 점검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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