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기사 동원해 ‘연금형 달러 펀드’ 투자 권유…금감원 “사기 주의”

#A씨는 유튜브를 통해 연금형 달러 투자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연금형 달러 펀드’를 알게 됐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글로벌 금융회사인 S사가 해당 상품을 출시했다는 기사와 블로그 글이 다수였다. A씨는 S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연금형 달러 펀드에 가입했다. S사와 무관한 개인 계좌로 투자금을 입금하라고 돼 있었지만, 해당 내용을 파악한 터라 의심 없이 입금했다. 하지만 기사와 블로그는 모두 불법 금융투자업자의 홍보글이었고, A씨는 S사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회사를 사칭해 연금형 달러 펀드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불법 투자자금 모집 사기가 번지고 있다. 이들은 국내 펀드 대비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며 투자자를 현혹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사기는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S사를 사칭한 게 특징이다. 이들은 외화 자산 분산 투자와 환차익을 통해 월 2.0~2.8%의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며 홍보했다. 홈페이지상 ‘저위험’, ‘중위험’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펀드 운용 비중을 제시하면서 정상 펀드인 것처럼 둔갑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법업자는 유튜브와 포털사이트에 연금형 달러 펀드에 대한 홍보 영상과 광고글을 게시했다. 인터넷 언론에 뉴스 형태로 광고물을 게시해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했다. 유명 금융 유튜버와 유사한 계정을 만들고 계정에 도용 영상을 게시해 불법업자의 영상을 끼워 넣어 위장하기도 했다.

기존 수법과 다른 점은 또 있다. 직접 투자권유 없이 투자자의 자발적 투자를 유인한 점이다. 과거엔 단체 채팅방이나 일대일 채팅을 통해 투자를 권유하는 업자들이 다수였으나, 이번 건엔 직접적인 투자 권유는 없었다. 대신 투자자가 유튜브, 블로그 등에 현혹돼 스스로 불법업자의 홈페이지에 방문하게끔 유도했다.

불법업자는 국내에 지사와 지점이 없어 로컬 에이전트의 가상계좌로 입금해야 한다며 개인 명의 계좌를 안내했다. 투자자에겐 이메일로만 응대하며 60일 후 해지 신청이 가능하다며 청약 철회와 해지를 거부하고 있다. 금감원은 해당 업자는 현재도 수익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불법 금융투자업자로서 60일 이후에도 해지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해외 금융사라도 법률상 인허가 없이 국내에서 영업하는 건 불법”이라며 “타인 명의의 계좌로 입금을 유도하는 업체와는 어떤 금융 거래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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