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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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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이재명 꽁무니" "떠난 이낙연 뭐덜라고?"…성난 광산을 [총선 핫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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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꽁무니만 솔찬히(상당히) 쫓아댕기더니 혼자 떡 하니 공천장 받더만. 여그(여기)를 참말로 뭐로 보고, 아이고 그건 아니제.”(회사원 김모씨·44세)

“그 양반은 뒤도 안 보고 민주당 떠나더니 뭐덜라고(뭐하려고) 여기 나온대요? 당이 있고 정치인이 있는 것이지, 당보다 잘난 정치인이 어디 있다고.” (택시기사 장준호씨·60세)

12일 만난 광주 광산을 유권자들은 점잖은 싸움은 애당초 기대도 안 한다는 분위기였다. 광산을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에 둥지를 튼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10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호남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상대는 지역구 현역 초선인 민형배 민주당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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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후보. 박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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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을이 주목받는 건 단순히 거물급 정치인이 끼어든 선거판이라서가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과 그 민주당을 이탈한 제3지대에 대한 호남의 민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전장(戰場)이 됐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 결국 민주당 후보를 찍게 마련인 호남 다른 지역과 달리 광산을에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야권 관계자)는 것이다. 비아동에서 만난 김대용(62)씨는 “고것이 어느 짝(쪽)이든 이번 기회에 민낯이 확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광산을에 사는 지지자 중에는 상대 후보에게 격앙된 이들이 많았고, 때로는 적개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모(57)씨는 민 후보에 대해 “까놓고 말해 민 후보가 의원 되고 발전은커녕 민주당에 발목 잡혔다”며 “이 꼴인데도 민주당이면 좋다고 찍어주니까 여기가 집토끼인 줄 안다”고 비판했다. 40대 택시기사 강모씨는 “그 양반 처럼회잖아. 나는 민주당은 뽑아도 처럼회라면 아주 질색을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처럼회는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이다. 코인 투자 논란을 빚은 김남국 의원이 탈당하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강욱 의원이 의원직을 잃으면서 사실상 와해됐다.

이 후보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았다. 하남동 주민 김영신(74)씨는 “당이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당 깨고 나가서 분위기만 어지럽게 맹글고”라며 “이준석이랑 그러코롬(그렇게) 붙었다가 떨어지는 걸 보는 데 아주 기가 차서….”라고 했다. 지난달 새로운미래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합쳤다가 11일 만에 갈라섰다. 박모(52)씨는 “금배지는 영광에서 달고, 도지사는 전남에서 한 사람이 갑재기(갑자기) 광주에는 뭔 일이래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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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을의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후보가 1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첨단월봉로-북문재로 사거리에서 출근길 유세를 하고 있다. 박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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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후보에 대한 반감은 ‘내 편’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70대 김모씨는 “광산구청장부터 착실하게 올라간 민 후보는 과거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만들 때도 민주당을 지켰다”며 “이번에 이낙연까지 꺾고 재선하면 그야말로 광산구의 자랑”이라고 추켜세웠다. 반면 강승준(36)씨는 “이재명이랑 개딸(개혁의 딸)이 민주당을 장악해 이 후보 같은 상식적인 사람들이 당을 나갔다”며 “이 후보는 무게감도 있고, 맡겨놓은 표 내놓으라는 듯 선거 때만 돌아다니는 후보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리스크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이 엇갈렸다. 민 후보는 2022년 4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에 무소속 몫으로 참여해 위장 탈당 논란을 일으킨 후 1년 만에 복당했다. 박모(52)씨는 “검사들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데 민 후보는 당적까지 걸면서 온몸으로 싸웠다”고 옹호했다. 반면 “우리는 선(善)이니까 국회는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가당키나 하나”(강윤종·41세)라는 비판도 있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 후보에겐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붙기 일쑤다. 친명 외곽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배신을 처단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김모(44)씨는 “전남지사에 국무총리까지 헌신한 사람이 오죽했으면 더는 안 되겠다고 당을 나갔겠나”라고 두둔했다. 반면 이 후보의 옛 지역구인 전남 함평에서 살다 3년 전 광주로 왔다는 윤모(49)씨는 “총리 할 때만 해도 그렇게 안 봤는데 수틀린다고 당을 나간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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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후보가 12일 광주 전주이씨광주전남종친회관을 찾아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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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잡한 지역구 정세 속에서 두 후보는 바닥을 훑으며 표를 다졌다.

민 후보는 이날 오전 수완동 사거리에서 ‘윤석열 검찰독재 OUT’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출근길 유세를 했다. 민 후보는 한 트럭 운전자가 경적을 짧게 세 번 울리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광주 북구의 전주이씨 광주·전남 종친회관을 찾았다. 전주 이씨인 이 후보에게 종친회원들은 “투표하라고 여기저기 소문내겠다”고 격려했다. 이 후보는 한 회원과 악수하며 “효령대군파에 ‘재’자 돌림이면 우리는 형제요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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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 광주에서 가장 젊다…39.5세 광산을 변수

39.5세.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최근 집계한 광주 광산구 주민의 2023년 기준 평균 연령이다. 광주에서 가장 젊고, 전국적으로도 상위권이다. 여기에 광산을은 광주의 대표적 신도시인 첨단지구와 수완지구가 속해있어 젊은 인구가 더 많다.

11일 오후 광주 수완동의 수완호수공원 일대에는 20·30대 주민이 여럿 눈에 띄었다. 공원 주변 아울렛에서 쇼핑을 마친 젊은 부부나,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젊은 견주,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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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9월 10일 광주 광산구을 지역위원장으로 복귀해 핵심 당원 결의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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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당원 집회·필승 결의대회에서 이낙연 공동대표가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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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었다. 대학생 유성빈(25)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며 “민주당도, 다른 정당도 구린 것은 똑같고 고인 물끼리의 대결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심모(23)씨는 “예전부터 여기는 누가 나오든 1번(민주당)이 당선되는 걸 봐왔고, 그래서인지 성인이 돼서도 투표를 잘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민형배 민주당 후보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후보 측은 이들 젊은 유권자의 표심이 어디로 튈지 긴장하고 있다. 야당세가 압도적이라지만, 이번 선거는 그 내에서의 대결구도라서다. 야권 관계자는 “‘우리는 진짜 민주당’이라는 쪽(민주당)과, ‘너희는 가짜 민주당’이라는 쪽(새로운미래)이 맞붙는 대결이라 젊은 층의 선택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후보 측의 해석은 엇갈렸다. 민 후보 측은 “젊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민주당을 저버린 이탈파에 대한 반감이 분노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호남, 특히 광주에서 새로운미래에 가장 호의적인 연령대가 20·30대”라고 주장했다.

광주=손국희ㆍ박건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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