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왼쪽)·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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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 내용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일본군 성노예 타령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발언 등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이 “반인권적 망언”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8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성명을 내어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일부 상임위원들의 반인권적 망언이 계속해서 오고 가는 것이 매우 참담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의에서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독립보고서 내용 일부를 삭제해야 한다며 한 발언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김 상임위원은 전날 회의 과정에서 한국이 일본 정부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진상 규명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을 문제 삼으며 “우리 국제 정세가 북한, 중국, 러시아로 이뤄지는 블록이 있고, (한국이) 이에 효율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렇게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 자꾸 (얘기를)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
단체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이미 유엔 자유권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다수의 유엔 조약기구들이 공통으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진실·정의에 기반한 해결을 수차례 권고했던 보편적 인권 문제”라며 김 상임위원 발언을 비판했다.
이 상임위원은 김 상임위원의 이런 발언에 동조한 것은 물론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제공해 고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차별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가 인구 절벽 때문에 나라 전체가 폭삭 망하게 생겼다”며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한 달에 칠십몇만원, 백만원 주고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가사노동자로 쓰고 있는데, 그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좋다고 간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제도는 저출산(저출생) 근본 구조는 외면한 채 국적·인종 차별과 노동 착취에 기반한 사적 돌봄에 불과한 반인권적 해법임을 지적해야 할 인권위 상임위원이, 이런 망언을 공식 회의 석상에서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성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존엄을 지키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회를 실현해야 하는 인권위 상임위원들이 자신들의 책무를 완전히 방기하고 회의 석상에서 망언과 궤변을 늘어놓음으로써 차별과 배제, 혐오 논리를 재생산·강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며 “김·이 상임위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독립보고서를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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