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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국방과 무기

말 안 듣는 네타냐후 겨눈 바이든 비장의 무기 "이스라엘에 무기 안 보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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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 미 행정부 관료 인용 보도
"바이든, 이 라파 진격 시 무기 제한 고려"
네타냐후 "하마스 그냥 두는 게 레드라인"
한국일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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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강력한 우방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축소를 고려 중이라는 주장이 미 행정부 내에서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레드라인(금지선)'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침공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가자지구 군사 작전을 놓고 충돌을 거듭해 온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 균열이 '라파 공격'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라파 침공 시 "무기 조건부 지원"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1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행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 침공에 나설 경우 '조건부' 군사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는 라파 공습을 본격화하면 미국이 이스라엘에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익명의 한 관료는 "바이든 대통령은 확실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 9일 공개된 미 MSNBC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라파 진격을 두고 '레드 라인'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아이언돔(대공 방어 체계) 같은 무기 공급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거듭된 만류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뜻을 꺾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사실 이런 '경고'는 미국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미국은 군사 지원 규모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동맹국에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규모는 연간 38억 달러(약 5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는 11월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이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아랍계 반발 등으로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는 것도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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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첫날인 1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폐허가 된 주택 앞에 모여 있다. 데이르알발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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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 안 하는 네타냐후 "라파 공격"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는 이날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마스 병력을 라파에 그대로 두는 것이야말로 레드라인"이라며 라파 공습을 반대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재차 드러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 첫날인 이날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도 "우리는 완전한 승리의 길에 있다"며 하마스에 대한 공격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국 간 균열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정보 당국은 네타냐후의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미국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국가정보국(DNI)은 이날 의회에 제출한 '2024년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지도자로서 네타냐후의 생존 능력이 위태로운 처지일 수 있다"며 "네타냐후 통치 능력에 대한 불신이 확산해 그의 사임과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CNN방송은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양국 지도자 사이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네타냐후의 정치적 운명에 대한 (미국의) 냉혹한 평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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