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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전공의 이탈 3주째 의료현장 임계치…의료취약지 업무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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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3주째 접어든 오늘(11일)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국 병원 의료 인력의 피로도가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자 급기야 군의관과 공보의까지 의료 현장에 투입돼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보의에게 진료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의료취약지역에서는 이들의 부재로 또 다른 의료 공백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지만, 진료 현장에 돌아온 전공의 인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병동 축소, 통폐합 조치를 하는 한편 특정 과에 대해서는 응급실 진료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대전지역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에 사직서를 낸 전공의 가운데 복귀자는 없습니다.

각 병원이 병상 가동률을 평소의 50∼60% 수준으로 줄이고, 일부 병동을 폐쇄하는 등 비상 진료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파행 운영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을지대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재로 피부과·정형외과·정신과·이비인후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습니다.

대전성모병원 응급실에서는 성형외과·소아과 진료가 불가능하고, 안과 응급 수술도 어렵습니다.

상급병원인 건양대병원 응급실도 성형외과·피부과 진료를 보지 않으며, 충남대병원도 응급실 내 중환자실이 꽉 찬 상태여서 중환자 수용이 어렵습니다.

대구 지역 수련병원에서도 응급실 진료 차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남대병원 응급실은 외과 의료진 부재로 추적관찰 외 관련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며, 치과, 피부과, 신경과도 진료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칠곡 경북대병원은 종합상황판에 '원내 사정으로 이송, 전원 환자 사전 연락 후 이송'이라는 안내문을 띄었으며, 대구파티마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어 진료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충북 유일한 상급 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에서도 전체 의사(332명)의 절반 가까운 전공의(151명)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원 병상 가동률은 70%대에서 40%대로 떨어졌으며, 응급실과 도내 유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선 이탈한 전공의 자리를 남은 의료진들이 3일 걸러 하루씩 당직을 서가며 메우고 있습니다.

강원 9개 수련병원 전공의 390명 중 360명(92.3%)이 사직서를 낸 가운데 복귀 인원은 10명 대에 그치고, 전공의 206명 대다수가 병원을 이탈한 전북대병원도 21개의 수술실을 평소보다 30∼50%만 가동했습니다.

전공의 126명 중 80~90%가 현장을 이탈한 울산대병원의 경우 진료·수술 건수 급감에 따른 경영 악화로 지난 8일부터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전남대병원은 전공의 이탈 사태 기간 수백억 대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하는데, 적자 비용을 병원 운영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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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립대병원 특성상 적립한 운영비가 얼마 되지 않아 전공의 이탈사태 장기화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의료 파행이 지속되자 보건복지부는 중증·응급 환자의 수술과 진료 지연 등 현장 부담을 덜기 위해 오늘부터 4주간 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 등 총 158명을 투입했습니다.

이들은 각 병원에서 내일까지 교육받고 오는 13일부터 진료에 본격 투입됩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오늘부터 도내에서 근무하던 공보의 12명이 서울과 경기 지역의 주요 수련병원에 투입됐습니다.

이 가운데 경기 지역에 배치된 공보의는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5명, 고양시 국립암센터 3명 등 총 8명입니다.

파견된 도내 공보의 가운데 나머지 4명은 서울의 주요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근무합니다.

대구시의 경우 이날 공보의 14명 중 5명을 1차로 파견 보낸 가운데, 전문의 1명은 서울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로, 인턴 4명은 경북대병원으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처럼 공보의들이 상급 병원으로 파견되면서 보건의료원과 보건소 의존도가 높은 의료취약지에서는 업무 차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논산시보건소에서는 오늘부터 마취통증의학과 등에서 2명이 국립암센터와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차출돼, 남은 8명의 인력으로 시 보건소와 13개 보건지소 진료업무를 이어가야 할 상황입니다.

한편, 파견의 대부분 진료·수술이 대폭 축소된 진료과 전문의로, 실제로 큰 도움은 안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공의 200여 명이 3주째 이탈 중인 전남대병원의 경우 본·분원에 추가로 의사 인력이 수혈되는 의미는 있지만, 정착 필요한 필수 의료과 지원 인력은 소수에 그쳐 공백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남대병원 본원은 전공의 이탈사태 후 응급·중증 환자 수술·입원만 진행하고 있어 최근 성형외과와 비뇨기과 입원실은 아예 폐쇄했습니다.

성형외과 등은 응급 수술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입원실이 거의 비게 돼 해당 과의 간호사 등 의료진은 다른 바쁜 필수과에 재배치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혈된 공보의·군의관 절반이 성형외과 소속이어서 병원 측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병원뿐만 아니라 한창 활기가 가득할 대학 캠퍼스 역시 여전히 적막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교실 대신 거리에 나와 정부와 학교 측의 의대 정원 확대 지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불어 교수들도 집단사직 움직임을 보이며 불씨를 지피고 있습니다.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와 의대생 등 70여 명은 오늘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의대 정원 확대 지침과 관련해 정부, 국민을 상대로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2천 명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은 이미 밝혀졌다며, 10년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정책을 밀어붙이고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수도권에 6천600병상이 증가하는 시점에 정부는 당장 시급한 문제인 지역 필수 의료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없는 상태라고 덧붙이며, 정부가 필수 의료 대책과 의대 정원에 대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수진은 의대생에 대해 유급 조처가 내려지거나, 전공의에 대한 사법 절차가 내려질 경우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충북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100여 명도 지난 8일 대학 본부 앞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묵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대학 재학생 304명 가운데 247명은 학교 측에 수업 거부 의사를 밝히고 개강일이던 지난달 19일부터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충주 캠퍼스 의대 재학생은 127명 가운데 81명이,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은 135명 가운데 134명이 휴학계를 제출했습니다.

의대의 경우 학과장의 설득 끝에 신입생 40명 전원이 수업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4일 개강한 나머지 학년의 학생들과 의전원 수업에는 계속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강원대 의대 교수진들 역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정부에 전공의 복귀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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