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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권력 집중 나서는 中… ‘양회 하이라이트’ 총리 기자회견 전격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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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개막한 가운데, 30여 년간 매년 양회 폐막 후 열렸던 국무원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올해부터 전격 폐지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 이후 국무원과 총리의 역할이 약화되고 시 주석에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총리 기자회견 폐지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전인대 폐막 후 총리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는다”며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이번 전인대 이후 몇 년간 더는 총리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비즈

4일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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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원 총리는 중국 서열 2위이자 중앙정부 수장으로, 통상 연례 전인대 회의 개막일에 정부 업무보고를, 폐막일에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해왔다.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은 1991년 리펑 총리가 처음 실시한 이후 1993년 주룽지 총리 시절부터 정례화됐다.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은 생방송으로 송출되는데, 취재가 어려운 중국에서 총리가 2시간가량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 양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혀왔다.

33년 만에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이 폐지된 것을 두고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축소된 것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창 총리가 지난해 3월 취임 후 1년간 해외 인사들과 접촉하는 행사에 140차례 참석했는데, 이는 고(故) 리커창 전 총리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라고 전했다.

총리의 역할이 약화된 점은 양회 또 다른 곳에서도 읽을 수 있다. 과거 양회를 앞두고 관영언론과 국무원이 ‘총리에게 할 말 있습니다’라며 다뤘던 대정부 건의 업무가 올해는 ‘정부업무보고에 건의합니다’로 바뀌며 ‘총리’ 글자가 사라진 것이다.

대외 메시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리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당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8만5000원)밖에 안 된다. 1000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소신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리 전 총리가 언급한 이 수치는 중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내용일 뿐만 아니라, 시 주석이 주장하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힐 수 있어 논란이 됐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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