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난주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기존주장 되풀이
NPT조약과 안보리 결의 위배…한미일 즉각 반박
유엔 군축회의 속행 회의 모습 |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지난주 북한은 유엔 무대에서 이른바 '자위적 핵 억지력' 논리를 되풀이했다.
주영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에서 "북한의 국방력 강화는 유엔 헌장 등에 부합하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며 "북한의 핵 억지력은 미국의 핵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쟁 억지력을 포기하라는 건 사나운 맹수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엽총을 내려놓으라는 격"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이전부터 줄곧 해오던 것이었다.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자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에 해당한다.
먼저 북한은 핵과 관련된 국제비확산체제의 근간이 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규정한 핵보유국이 아니다.
NPT는 조약에 가입한 회원국들을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s)'과 '핵무기 비보유국(Non-Nuclear Weapon States)'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픽> 세계 핵무기 보유국 현황 |
'핵보유국'의 의미는 조약 제9조 3항에 명시돼 있다. NPT 체제 출범(1968년) 이전에 핵무기 개발을 완료한 국가들을 의미하는데, 세계 최초로 원자탄을 개발한 미국과 소련(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P5)이 이에 해당된다. 그 외 국가들은 모두 핵무기 비보유국에 해당한다.
북한도 1985년 NPT에 가입하긴 했으나 1차 북핵 위기 발발 직후인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에 반발해 탈퇴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했고, 다시 2차 북핵 위기 도중인 200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했다.
물론 NPT 회원국이 아니면서 국제사회에서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이 있다.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 3개국을 말하는데 이들은 세계최강 미국에 의해 핵무기 보유를 묵인받은 경우이다.
특히 중동의 아랍국가들로부터 끊임없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이스라엘, 그리고 서로 적대적인 상황에서 핵무기를 갖게 된 인도와 파키스탄은 나름의 자위적 차원의 핵 보유를 용인받고 있다.
물론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 세 국가를 핵보유국가로 인정한 적은 없다. 따라서 세나라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는 언제든 부정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 나라는 철저하게 미국 관계를 중시하며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 미국이 그들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NPT 회원국도 아니기 때문에 '자위적 핵'이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한미일 공동발언 읽는 윤성미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군축회의 대표 |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에 공동 대응했다. 윤성미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군축회의 대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함께 작성한 공동발언문에서 "북한이 수십년간 자체 계획에 따라 개발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무기 시스템의 잠재적 확산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명백하고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보유는 생존의 위협을 절감하는 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기 개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NPT 10조는 '자국의 최대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특별사건에 직면하게 될 경우 NPT를 탈퇴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한국과 일본은 현재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정책을 토대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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