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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명] 의대 증원 , 국민만 보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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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일 사회부장]

의사 연봉 10년새 79% 인상 OECD 1위

19년간 의사수 동결로 의료시장 왜곡 심화

의협, 정부·국민 겁박 '무소불위 집단' 변질

환자·생명 볼모로 사사건건 의료개혁 '반기'

尹정부 '마지막 기회' 여기고 뚝심 발휘해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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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임금 2억 6000만 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임금근로자의 6.7배, 10년간 79% 인상.

보건복지부가 밝힌 우리나라 의사의 연봉 현황이다. 입이 떡 벌어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진학반에 들어가고 대학은 의대생 5명(추가 모집)을 뽑는데 무려 3000여 명이 몰렸다. 국내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최저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4명이나 바뀌는 동안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으로 묶어 놓은 탓이다.

그사이 우리나라의 의료 지출비는 매년 6~7% 증가해 연 200조 원(2022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한다. 고령화가 가팔라지는 만큼 의료비 지출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는 감히 손대지 못했거나 굴복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을 과감히 들고나온 이유다.

이에 반발한 9000명의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서라는 이름의 ‘대국민 협박문’을 내고 2주간 ‘꼼수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의사 2만여 명이 대규모 시위까지 했다. 말이 사직이지 국가면허를 지닌 이들이 병원에서 진짜 쫓겨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 의사들이 파업하는 경우 역시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의사협회를 앞세운 의사 집단이 19년 동안 ‘의대 동결’로 키워 놓은 ‘금그릇’이 작아질 것으로 보이니 결국 머리띠를 두른 것이다. 몇 개월을 기다렸는데 파업 때문에 수술이 갑자기 밀린 환자들의 애끓는 심정과 고통은 안중에 없다.

어떤 의사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 가고 쉬지 않고 일해서 많은 돈을 받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어떤 전공의는 “우리가 결국 돈을 많이 받기 때문에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이라는 막말까지 늘어 놓았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의사들은 마이클 샌들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그들이 가진 힘과 돈이 개개인의 능력을 넘어 사회 공동체의 부산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의협은 그동안 의료 정책을 떡 주무르듯 해왔다. 의사 정원 문제, 비대면 진료, 간호사 직역 확대(간호법 개정) 등 국민의 의료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들은 마치 신성불가침 영역인듯 무조건 반대해왔다.

이번 의료 사태 초기에도 의협은 ‘정부는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공개적으로 일삼았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특수한 집단으로 군림해왔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만과 만용이다.

실제로 의협 홈페이지에는 ‘의료 정책 주도’가 협회의 최우선 사명으로 올라와 있다. 전임 의협 회장도 제1의 목표를 ‘의료전문직 수호’로 규정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 따르면 국민의 76%가 의사 늘리기에 찬성한다. 이례적으로 진보와 보수 언론 역시 그 필요성에 한목소리로 공감한다. 정책을 뚝심 있게 밀고 가는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의사단체는 이를 놓고 정부의 여론 몰이라고 호도한다. 실제로 한 의사는 “정부가 언론사에 광고를 얼마나 많이 주면 모든 신문이 이렇게 의사들을 비판하느냐”며 뚱딴지같은 말을 내뱉었다.

하기야 의협 정책을 이끄는 인물은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을 브런치를 즐기는 극성 엄마나 무지한 구급대원 탓으로 규정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번 파업 기간 중에도 의협 주변에서는 ‘김일성의 말을 믿겠다’ ‘정부를 무너뜨리겠다’ ‘양아치 정부다’ 등 강성 노조 뺨치는 거친 말들이 쏟아졌다.

의협 브레인들이 이런 조잡한 생각을 갖고 있으니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고사하고 어떻게 국민과 공감하고 정부와 합리적 논의를 할 수 있겠나. 급기야 대통령까지 ‘의협은 의사들의 제대로 된 대변자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부는 이번이 의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비상한 각오로 밀고 나가야 한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물론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관계자들도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두려움 없이 국민만 보고 가라.

한영일 기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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