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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응급' 내걸고 택시영업 … 환자도 구조사도 없는 사설 구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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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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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일수록 사설 구급차를 콜택시처럼 불법 운행하거나 법이 정한 대로 응급구조사를 태우지 않고 출동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 사설 구급차 업체 대표가 최근 매일경제에 업계 실태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 사설 구급차 업체들이 응급환자를 태우지도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며 난폭운전을 하거나, 콜택시처럼 불법 운행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3일 행정안전부와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현재 사설 구급차를 운영하는 업체는 전국 145곳, 이들 업체가 보유한 구급차는 총 1206대에 달한다. 사설 구급차는 관할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119구급차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동네 병원 입원환자가 대형 병원으로 이송될 때는 119구급차를 이용할 수 없다. 병원이 운영하는 구급차가 있을 때에도 환자 위급 정도 등을 판단해 운행 여부를 결정한다.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을 때 환자들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병원 간 이송 23만9000여 건 가운데 민간 구급차 이용이 21만3000여 건(89%)에 달할 정도로 환자 의존도가 높다.

사설 구급차는 119구급차와 같이 '긴급자동차'의 법적 지위를 갖추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모든 차량 운전자는 긴급자동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양보해야 하고, 구급차는 과속이나 추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자들의 발이 돼야 할 사설 구급차가 이 같은 법적 지위를 이용해 불법을 일삼으면서 '도로 위 무법자'라는 오명까지 붙고 있다. 지난달 한 사설 구급차 운전자는 아침 출근길에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양보를 강요하며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됐다.

지난해 6월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속도로에서 구급차 운전자가 사이렌을 울려 길을 양보받은 이후 휴게소에 차량을 주차해 간식을 사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사설 구급차를 마치 콜택시처럼 불법 운행하는 일도 빈번하다. 가수 김태우는 웃돈을 내고 사설 구급차로 행사장까지 이동했다가 지난해 10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구급차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면 최장 1년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현행법상 구급차가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중 한 명이 탑승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명의만 빌린 구급차가 난무하는 문제 역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지입 구급차'로 불리는데, 개인이 구급차를 구입해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은 이송업체 소속으로 등록한 뒤 개인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업체는 수수료로 월 30만~100만원을 받고, 기사는 일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회사 통제를 받지 않아 콜택시 영업 등 불법 유혹에 취약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24년 넘게 사설 구급차를 운영 중인 A대표는 "전체 업체 중 80% 이상이 지입 구급차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라며 "관행처럼 유지되고 운전자가 일탈을 해도 회사가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입 구급차가 사설 구급차의 불법 행위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본다"면서 "경찰 협조를 얻어 지입 구급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들었다. 우선 10년째 동결 상태인 요금 규정 탓에 불법 운행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이송 처치료를 인상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민간 이송업체 경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송 처치료는 1995년 응급의료법 제정 이후 19년 만인 2014년 한 차례 인상(인상률 50%) 후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동시에 복지부는 사설 구급차가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책임 운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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