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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출산율 0.72 쇼크 "저출산 대책이 저출산을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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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저' 합계출산율, 새로운 상상력 필요

저출산 대응에 280조? 사실상 6조 원 정도

'여성=출산 도구'로 삼는 정책, 저출산 심화

근로시간 단축 없이 출산율 제고 불가능해

가족 외의 공동체에 대한 상상력 발휘해야

이민 정책? '하인' 불러오는 방식이면 실패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 채선아>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문화평론가와 정치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두 분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손희정, 김만권> 안녕하세요.

◇ 채선아> 지난 2월 28일에 2023년 합계 출산율이 발표됐어요. 0.72명이 나왔습니다. 역대 최저 출산율. 모든 광역시에서 1이 넘지 않았다 하고요. 여러 원인이 있을 것 같은데 두 분이 주목하는 그 원인들은 뭔지 궁금해요.

◆ 손희정> 저는 얼마 전에 정책 전문가하고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대한민국에서 저출산을 막기 위해서 하는 모든 정책이 저출산을 심화시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예를 드셨던 게 2016년 12월에 대한민국 행정자치부에서 대한민국 출산 지도라는 걸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15세에서 49세 사이에 소위 가임기 여성들이 각 지자체에 몇 명이나 있는가를 보여주는 출산 지도였어요. 제가 당시에 봤을 때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어요. 여성을 그냥 자궁으로 치환해서 동물처럼 기술한다는 생각이 좀 들었고요. 그런데 더 기분이 나빴던 건 당시 국가 산하 연구소에서 대한민국 저출산의 이유는 고스펙 여성이 하향 결혼하지 않는 걸 원인으로 이야기하면서 쓸데없이 스펙을 많이 쌓는 여성에게는 대안으로 불이익을 줘야 된다고 내놨거든요. 이런 식의 인식을 가진 나라에서 0.72라는 숫자는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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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권> 0.7대 유지된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고요. 0.6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작년에 출산되었던 아이들은 23만 명밖에 되지 않고요. 작년 4분기는 실제 0.6명 대였어요. 출산율 자체가 낮아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왜 우리만 이렇게 초저출산일까, 우리가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정책을 쓰고 있는데 그러면 그 정책을 제대로 썼느냐가 문제가 되겠죠.

◇ 채선아> 280조 원을 썼대요.

◆ 김만권> 지난 몇 년간 들어간 돈이 280조인데요. 한 해 우리나라 국가 예산이 600조 정도거든요. 그런데 다 어디로 간 걸까요? 거기서 280조면 정말 엄청난 돈을 저출산에다가 넣은 건데 내역을 들여다보니까 군인 인건비, 학교 재건축 비용, 프로게이머 발굴 예산, 이게 출산과 관련이 있어 보이세요?

◆ 손희정> 사실 군인, 군무원 인건비 같은 경우는 저출산을 예방하기 위한 예산이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잖아요.

◆ 김만권> 저출산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 부분의 예산이 아니라 우리가 돈을 많이 부었다라는 전시용으로 잡아놓은 예산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아동수당 같은 현금 지원으로 들어간 걸 들여다보면 6조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요. 280조 원이라는 게 착시에 가깝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저출산 정책이 전시 행정이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거죠.

◆ 손희정> 효과가 없을 뿐더러 더 큰 문제는 뭐냐면 홍보할 때 280조를 썼다고 이야기하니까 직접 지원을 받지 않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애 낳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서 애 낳는 거다. 돈을 280조씩이나 들여 부었는데 그거 받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니" 이런 식의 혐오와 차별을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들어간 돈은 6조 원밖에 안 되는 현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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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필요한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거죠.

◆ 김만권> 실제로 제가 좀 찾아보니까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저출산에 아주 시달리고 있는데 그중에 프랑스가 상당히 나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GDP의 4% 수준을 쓴대요. 다른 어느 국가보다 많은 예산을 지출하는 나라 중에 하나인데 저출산 대책을 들여다보니까 자녀 수가 늘어날수록 납부하는 세금 자체를 줄여주는 소득세 제도가 들어가 있고요. 부모라면 남녀 불문하고 누구나 3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대요. 유급 육아휴직을 3년간. 그리고 3세 미만 영유아를 위한 어린이집 보조금 지원도 있고요. 3세 아동만 되면 종일반 등교 지원이 된다고 합니다.

◆ 손희정> 그런 식의 육아 지원 확대가 필요하고 또 한 가지는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합니다. 설문조사 같은 것을 했을 때 남녀 그리고 전 연령대별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거든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9대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슈퍼우먼 방지법'이라는 걸 냈어요. 슈퍼 우먼이라는 게 여성들이 공적 영역, 사적 영역에서 둘 다 모든 걸 다 잘해낸다고 해서, 1990년대에 슈퍼우먼 콤플렉스라고 불렸던 건데요.

여자가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2010년대에 도달한 현실은 과로사였다는 거죠. 그래서 여성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만큼이나 남성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러다보니 슈퍼우먼 방지법의 핵심은 남녀 공익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불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저출산을 막는 건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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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권> 지난 한 2년간 우리나라 노동 정책을 들여다보시면 노동 정책에서 계속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게 핵심이었어요.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 가는 것, 지금 52시간까지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은 많아서 줄여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여기서 60시간 이상까지 늘리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MZ세대 조사해 보면 정말 원하는 노동시간은 30시간대예요.

이렇게 희망에 비해 현실의 노동 시간이 긴 것 자체가 부모들의 육아 참여 시간을 줄이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남자들 같은 경우에 노동 시간이 너무 길어서 육아에 참여할 시간이 되게 제한되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현재 저출산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사실은 노동 정책이 동반돼야 되는데 노동 정책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가 없는 거죠.

◇ 채선아> 저출산의 원인을 얘기하다 보면 매번 반복된 얘기를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정말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요즘은 1인 가구도 많고 비혼주의도 많다 보니까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 생활에 꽤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시나요?

◆ 손희정> 생물학적으로 재생산하는 것만이 우리의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집중해서 계속 저출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거에 대한 상상력의 전환을 가져와야 된다는 이야기가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거든요. 다나 해러웨이라는 페미니스트 과학 철학자가 뭐라고 이야기하냐면 실제로 지금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 위기, 생태 위기에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인구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인구를 줄여야 된다는 이야기를 해요. 아이를 낳는 방식으로 가족을 만들기보다는 이 세계에 이미 등장해 있는 생명들과 새로운 관계들을 맺는 공동체를 상상해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는 거죠.

◆ 김만권> 우리가 정상 가족을 상상하고 정상 가족 내에서 서로 돌보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서 가족의 개념도 조금 달라지면 공동체의 개념도 좀 달라지고 확장된 공동체가 나와야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옛날에는 아이를 다 동네가 키웠어요. 동네에 계신 아주머니들이 저희의 이모, 고모 역할을 하고 동네 아저씨들이 다 삼촌 ,이랬던 거예요. 애를 서로 돌보고 서로 데리고 오고 어머니가 하루 안 계시면 그냥 앞집에 가서 밥 먹고 오고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정말 그렇지 않거든요. 우리가 말하는 혈연 관계로 묶여 있는 친척들이 돌보고 있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지금의 조부모 세대들이 얼마나 힘들어요. 다 아이들 육아하고 있잖아요. 최근에 어떤 생각이 드냐면 트로트 열풍이 다시 분 게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보면서, 트로트를 같이 보고 하면서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자 손주들이 다 자기가 알고 있는 자기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식의 아주 좁은 관계 속에서의 돌봄만이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과거의 확장된 공동체를 다시 좀 찾아나가야 되겠다. 그런 것들을 상상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말씀드린 가족이라는 개념을 다시 재구성해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채선아> 그건 정말 새로운 상상력이네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저출산은 노동력의 부족 문제잖아요.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게 이민 정책이거든요. 가사 노동자 들여와서 돌봄의 영역을 넓혀주겠다는 얘기인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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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희정> 지금 한국 사회에서 돌봄이 점점 공백으로 남아 있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가부장제적인 상상력 안에서 돌봄을 비용을 주지 않아도 되는 노동, 그냥 여성의 본능에 기댈 수 있는 노동으로 만들면서 말하자면 가치가 없는 노동력으로 만들어 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걸 다 기피하기 시작하는 거거든요. 정말 힘들고 중요한 일인데 해봤자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인거죠. 그런데 서울시나 정부에서 돌봄 노동에 접근하는 방식이 해외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사다가 땜빵하자는 식으로 접근한단 말이에요.

◇ 채선아> 그 대신 부모들은 나가서 일하고

◆ 손희정> 그러면 근본적으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누가 저렴한 노동의 자리에 오고 싶어 하겠는가. 제가 너무 충격받았던 게 서울시가 이런 식으로 얘기했을 때 필리핀 정부에서 "No" 하거든요. 필리핀의 국민을 그렇게 열악한 노동의 자리에 내몰 수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 정책이 실행 안 되고 있잖아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다 하는데 정말로 창피하고 부끄러운 순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식으로는 해결 안 된다는 고민을 하게 되죠.

◆ 김만권> 이걸 우리가 처음 상상해서 해보는 게 아니라 이미 시행한 국가들이 몇 국가 있어요. 그런데 출산율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해봤는데 안 됐어요. 과학적으로 실효성과 효율성이 증명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거죠. 서울시의 정책은 차별적인 존재로 이민자들을 바라보고 일하는 분들을 하인으로 데려오는 개념이잖아요. 진짜 우리가 이민자들과 함께 사회를 재구성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 이민자들을 우리와 동등한 시민적 존재로 상상할 수 있는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될 것 같아요.

◇ 채선아> 지금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 손희정> 가사 노동자를 수입한다는 관점을 넘어서 이민국을 설치하고 이민자를 받는다라는 논리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중요한 건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이 땅에서 나이를 먹고 가족을 꾸리고 해야 한국의 인구가 늘어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같은 분위기 안에서는 한국 사회의 외국인 차별이 심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이 땅에서 새로운 가족을 잘 꾸릴 수 있게 될 것인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만권> 제가 최근에 지방 고등학교의 교감 선생님을 만나 뵌 적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각 학교마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이 한 반 이상이 넘는대요. 두 반씩 채워질 수 있을 정도로 많은데 이 아이들에게 모국어로서의 한국어, 모국어로서의 그들의 언어를 다 함께 가르쳐야 된다고 해요. 그러면서 우리가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어떤 걸 상상할 수 있는 교육을 줘야 되는데 그런 교육 체계가 전혀 잡혀 있지 않다는 거죠. 그런 것들을 줄 수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거의 방치되다시피 되고 있다고 말씀하시거든요. 우리가 그 아이들과 어떤 관계를 잘 맺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다고 그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이런 부분부터 하나하나 착실히 좀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 손희정> 2000년대 중반쯤 한국에 결혼 이주해서 오시는 이민자 여성들이 많았었거든요. 1990년대부터 2000천년대 중반까지 한국 정부가 방치했다가 이 여성들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됐는데 아이들이 한국말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다문화 정책에 돈이 풀리기 시작해요. 그런데 그때 한국 정부가 접근했던 방식이 이 여성들에게 김치 만들기, 한복 입고 절하는 법, 한국어 가르치는 식으로 접근했거든요. 물론 한국어 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단순히 국가의 인구 노동력, 소비력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더 큰 소외를 만들 뿐이라는 고민을 좀 하게 되죠.

◇ 채선아> 네. 오늘 여기까지,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와 함께 초저출산 시대에 필요한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손희정, 김만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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