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9일 뉴욕증권거래소의 모습.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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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식과 비트코인 등 소위 위험자산으로 지칭되는 자산가격의 강한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올해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할 것이라는 안도감과 더불어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을 뜨겁게 하고 있다.
이 와중에 주목되는 것은 일본과 유럽 증시의 사상 최고치 행진이다.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는 수긍할 수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술적으로 침체 상태인 독일과 일본 증시의 랠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34년 만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 탈출이 임박한 일본에 대해서는 많은 궁금증이 있다. 이전 아베노믹스 정책 추진 당시와 같이 돈 풀기 정책에 힘입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일본 증시와 경제가 정말 변곡점을 맞이한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 저주’가 풀릴 가능성이 커졌다. 슈퍼 엔저현상의 착시효과가 아니라, 기시다 내각의 신자본주의 정책이 일본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치유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고령화로 상징되는 노동시장과 예금 위주의 가계자산 구조의 개혁, 기업구조 개혁을 골자로 한 자산시장 육성, 디지털경제 전환과 같은 포괄적 이슈 등 수요보다 공급 부문의 개혁을 과감히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대장이 등장했다.
미국에 경제와 증시를 견인하는 빅테크주 중심의 ‘매그니피센트 7(M7)’이 있다면 일본에는 ‘7인의 사무라이’가 있다. 자동차, 반도체 장비 및 상사 주식으로 대변되는 7인의 사무라이가 일본 증시와 경제 변화를 주도 중이다. 유럽에서는 ‘그래놀라즈 11’ 기업이 증시와 산업을 주도하는 현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경제 전망이 개선되고 있어도 저성장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모든 산업이 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인공지능과 같이 신성장 모멘텀이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한 불균형 회복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 더욱이 인공지능 사이클이 초기 국면이라는 점에서 승자독식 게임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일본·유럽의 대장주들은 신성장 산업이면서도 성장의 과실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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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증시는 경제와 산업이 글로벌 추세에 편승하지 못하면서 답답한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산업은 글로벌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거나 ‘초격차’ 신화처럼 앞서가기도 했지만 최근 역동성이 떨어졌다. 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속도는 아쉽다. 인공지능 사이클에 국내 기업과 산업은 편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신성장 산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차전지 역시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투자 과잉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 중이다. 국내 내수 경기도 암울하고 지난달 증시의 핫 이슈였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국내 증시와 경제를 주도할 대장 부재가 현실화되었고 이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루속히 글로벌 추세에 재차 동참할 수 있는 대장의 등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일본처럼 과감하고 포괄적인 정부 정책과 기업의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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