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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이재명 비판’까진 쉬웠지만…與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난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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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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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가 4·10 총선에서 기호 4번을 차지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판했던 국민의힘으로선 ‘4번 국민의미래’가 난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미래와 관련해 “가장 좋은 것은 (정당 기호) 4번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1번)과 국민의힘(2번)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비례대표 투표 용지에는 의석수를 기준으로 기호 3번부터 인쇄 된다. 지역구 투표 용지에서 기호 2번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국민의미래가 기호 4번을 확보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두 번째 칸에 투표해 달라’고 홍보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기호 4번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4번 확보를 위해선 의석수가 최소 녹색정의당(6석)보다 많으면서도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보다는 적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4년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에서 제명한 비례대표 의원과 불출마 지역구 의원 17명을 확보해 기호 4번을 받았다. 일종의 ‘의원 꿔주기’ 꼼수를 썼던 건데,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쓰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5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비판했지만, 국민의힘도 어쨌든 ‘꼼수 위성정당’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지역구 의원은 스스로 탈당 후 입당하면 되지만 비례대표 의원은 당에서 제명 조치를 해야 국민의미래로 옮겨갈 수 있다. 당내에서도 비례대표 의원 꿔주기는 원하는 정당 기호 확보와 정당 보조금 수령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20일 국민의미래 대표직 수행을 위해 비례대표이자 최고위원인 김예지 의원 제명안 의결을 추진하려다 중도 포기한 것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에 불출마하는 한 의원은 “국민 앞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불출마를 결정했는데, 위성정당 기호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며 정치를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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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15 국회의원 선거를 보름 앞둔 3월 31일 대전의 한 인쇄소에서 충남도선관위 공무원과 직원이 48.1㎝ 길이의 갓 인쇄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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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실제 지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1일 기준으로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중 일찍부터 총선에 나서지 않거나 중도에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경선을 포기한 경우는 각각 8명과 10명이지만 국민의미래로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현재 ‘0’명이다. 재선 의원은 “당에서 불출마한 의원의 명예를 살리고 다독여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거칠다”며 “불출마 선언 전에 예우를 갖춰 설득하고 조율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둔 실무형 대표와 사무총장 인선이 현역 의원 입당을 망설이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은 4년 전 미래한국당의 공천 내홍을 반복하지 않고자 전·현직 의원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을 국민의미래 대표에 임명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실무 당직자 밑에서 현역 의원이 일하는’ 정치권에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4년 전 미래한국당은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4선) 당시 의원이 대표를 맡다가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갈등을 빚은 뒤 원유철(5선) 당시 의원이 배턴을 이어받았었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미래에 현역 의원이 건너가면 검사가 검찰수사관 아래서 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누구라도 내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의도대로 현역 꿔주기가 원만히 진행되더라도 변수는 남아있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축출당한 비명계 의원들이 탈당 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녹색정의당(6석)보다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이 출현할 수 있어서다.

각 정당의 눈치 싸움은 투표용지 기호가 결정되는 22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당대회를 연다. 지난달 23일 창당한 국민의미래는 4일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받는 등 실무 준비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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