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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인터뷰] 세계 車 반도체 1위 NXP코리아 임영도 대표 “‘소프트웨어카’ 시대에도 선두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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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임영도 NXP코리아 대표./NXP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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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과거보다 반도체 탑재량이 늘고 있다. 엔진, 변속기 같은 파워트레인뿐만 아니라 계기판과 블랙박스 등 전자장치나 인포테인먼트에도 반도체 칩이 들어간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760억달러(약 101조원)에 달한다.

NXP 반도체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다. 독일 인피니언과 세계 1위를 놓고 다투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약 20% 수준이다. NXP의 한국법인인 NXP코리아에서 한국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임영도(61) 대표를 지난 2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1989년 경희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금성반도체를 시작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내셔널세미컨덕터 등을 거쳐 2018년부터 NXP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임 대표는 “완성차 업계의 SDV 전환을 적극 지원, SDV 시대에도 NXP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면서 “NXP는 기존 20나노, 45나노 프로세서에서 구성했던 로직, 알고리즘에도 신규 프로세서가 호환이 될 수 있도록 해 완성차 업계가 어려움 없이 SDV 전환을 이루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성장세를 구가했다. 임 대표는 “2019년 9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였던 매출액이 2022년 130억달러(약 17조원)로 성장했다”며 “자동차 생산량 수준은 비슷했지만, 차량 내부 시스템 성능 개선으로 반도체 탑재량이 1.5배~2배로 늘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차량에도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탑재되는 SDV 차량 비중이 높아지며 차량용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오는 2029년 1430억달러(약 1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 대표는 “모바일과 PC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계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프로세서와 함께 이를 보조하는 네트워크와 통신, 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량용 반도체 탑재가 늘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NXP는 한국 기업과의 협업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도 초광대역(UWB) 제품군과 관련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보안기업인 시옷, 빅원 등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NXP의 협업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선전했는데, 올해 시장 전망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완성차 업계나 반도체 업계에서도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차량 생산량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반도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반도체 공급량이 부족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완성차 업계와 반도체 기업 간에 조사를 진행했고, 차량 내부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무선 배터리 등 전반적인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반도체 탑재량이 차량당 1.5~2배가량 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완성차 부품원가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수준이었던 터라 사전에 예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수급 불균형이 이전처럼 심각한 상태에 이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 수급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지만, 차량 성능 개선과 전기차 비중 증가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 탑재량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한다. SDV가 대세가 되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다.”

—완성차 업계가 SDV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편하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은 내연기관 차량을 중심으로 출발했다. 테슬라는 전기차로 시작했기 때문에 차량 내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합하는 것이 익숙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SDV로 전환하면서 100개 이상에 퍼져있는 기능들을 5, 6개 시스템으로 합쳐 효율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고, 자동차는 모바일이나 PC와 달리 보안 기준도 까다롭다. NXP는 이전 내연기관에서 사용하던 로직이나 알고리즘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와 보안 등 SDV에 필요한 대부분의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5나노 프로세서를 신규로 탑재하더라도 기존 20나노, 45나노 프로세서들이 가지고 있던 기능이나 기존 하드웨어에서 구성했던 로직, 알고리즘이 있다면 호환이 가능하다. 고객사가 실리콘이 없는 상태에서도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어 개발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다.”

—SDV에 탑재되는 제품 라인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NXP는 보안 분야에서도 강점이 있다. NXP의 근거리무선통신(NFC) 보안 솔루션은 모바일 분야에서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기능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보안 솔루션의 중요성도 부각될 것이다. 모바일이나 PC와 달리 자동차가 해킹이 되면 인명피해로 직결된다.

네트워크 분야도 자신이 있다. 이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과 협업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NXP는 하드웨어 중심 기업이지만 고객사가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개발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SDV는 기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구동되던 차량이 차 안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NXP 반도체는 칩을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SDV 환경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IoT, 스마트홈 솔루션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CES 2024′에서는 집안 전체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자율 운영 집을 구현한 전시장을 꾸렸다. 스마트홈이 상용화되면 가정 내 제어에서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L) 사용이 증가할 것이다. 사용자의 일상과 집안의 환경을 끊임없이 학습해 집안 온도 등을 자체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NXP는 스마트홈의 네트워크와 보안, 연결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도 보유하고 있고, 시장에 지속해서 선보일 것이다.”

—국내 기업과의 협업 현황은.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과의 협업 관계를 더욱 공고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졌을 때도 NXP에서는 차질 없이 물량을 공급했다. 차세대 무선 기술인 초광대역(UWB)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협업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보안기업인 시옷과 빅원 등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협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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