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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서울대 의대 학장 “내가 의사인데 환자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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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의사 없어 수술 진행 못해

의사책무-희생 말한 졸업 축사

작심발언 아니라 내 평소 소신”

동아일보

“내가 의사인데 환자를 봐야죠.”

28일 오후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54·사진)은 예정된 진료와 무료강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하루 전 서울대 의대 제78회 전기 학위수여식(졸업식)에서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사회적 책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라는 축사를 했다. 그의 축사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집단 사직과 전국 의대생의 동맹 휴학과 맞물려 화제가 됐다. 동아일보가 이날 김 학장을 찾아간 이유다.

김 학장은 축사 이후 동료 의사들로부터 비판과 걱정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를 걱정하거나 ‘그런 얘기는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얘기한 분들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축사는) 작심 발언이 아니라 내 평소 소신이었고 누구를 편든 것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주변에서)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마취과 의사가 없어서 화요일에 해야 할 수술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학장은 27일 서울대 의대 졸업식 축사에서 “지금 의료계는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은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배부된 졸업식 안내 자료엔 이 같은 발언은 담겨 있지 않았다.

축사 후 김 학장의 퇴진 요구가 나온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김 학장은 “그런 요구는 받은 적이 없고, (동료) 교수님들의 여론이 ‘사퇴’라는 것도 들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인터뷰는 김 학장이 환자, 보호자 대상 무료강좌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에 이뤄졌다. 오전엔 평소처럼 신경외과 교수로서 뇌혈관 환자를 진료했고, 오후엔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서울대 어린이병원 ‘모야모야병 환우와 함께하는 무료 공개강좌’에 참여했다. 7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몰린 강좌는 김 학장 등이 환자의 상담과 질문에 모두 응하느라 예정된 1시간 반보다 20분 늦게 끝났다.

김 학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를 마쳤다. 2002년 뇌혈관 의사로서 본격적으로 근무한 첫 병원은 고향인 제주의 제주대병원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제주에 뇌 수술을 할 의사가 부족하다”며 내려간 이야기가 의료계에 유명하다.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돌아와 일하다가 2021년 12월 학장으로 임명됐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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