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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지축 흔들며 “금 나와라 뚝딱”… 지진은 자연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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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

금덩이 대부분이 석영맥서 채굴… 석영에 압전물질 많은 점에 착안

인공적인 지진 일으켜 석영 압박… 전압 형성 후 금 누적 현상 확인

동아일보

석영맥에서 발견한 금이 부착된 석영의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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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위원회(WGC) 데이터에 따르면 매년 금은 2500∼3000t가량 채굴된다. 금덩어리의 4분의 3은 석영이 길게 뻗어 있는 석영맥에서 채굴된다. 금덩어리가 석영맥에 주로 존재하는 이유는 지진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지진이 발생하면 다양한 물리적 현상이 일어난다. 석영에서는 지진이 방출하는 거대한 힘에 의해 전기장이 형성될 수 있다. 석영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압전물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광물이다. 크리스토퍼 보이시 호주 모내시대 연구원 연구팀은 지진은 석영에서 전기장을 일으켜 금 퇴적물이 형성되도록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실 내 실험을 통해 지진파가 광물 사이에 침투한 유체에 용해돼 있는 금을 추출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전압이 생성되도록 석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고, 그 연구 결과를 2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금이 용해된 물에 석영 덩어리를 담갔다. 그런 뒤 인공적으로 지진을 재현해 석영이 압박을 받도록 했다. 석영의 결정 구조는 압력을 받자 전기 전압이 형성됐다. 석영 표면에는 금 나노입자가 만들어졌고 점점 금이 누적돼 갔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금덩어리가 형성되는 광범위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석영맥에서 금덩어리가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했다. 석영맥에 스며든 유체의 금 농도는 기껏해야 백만분율 단위 기준으로 100만분의 1 농도 수준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수십∼수백 kg에 달하는 거대한 금덩어리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진을 통한 압박과 변형이 석영 주변 용액에서 금을 이끌어내기 충분할 정도의 전기장이 형성되도록 만든다는 점을 밝혀냈다. 금이 극도로 농축돼 큰 덩어리가 형성되는 이유를 밝혀내는 중요한 배경을 확인한 것이다.

금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잠재적으로 금이 풍부한 곳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거대한 금덩어리가 생성되는 이유와 석영의 갈라진 틈에서 많이 관찰되는 금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전물질
외부에서 압력과 같은 힘을 받았을 때 분극이나 전압이 생기는 물질을 의미한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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