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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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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 개발 포기…“팀원 2000명 AI 부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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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팀 쿡 애플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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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10년간 공들여 온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에서 손을 뗄 전망이다. 막대한 투자에도 상용화 전망이 불투명한 자율주행차 대신 인공지능(AI) 개발 사업에 전력을 쏟기 위한 결단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내부 회의를 통해 애플카를 개발해 온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그룹에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차량 디자이너 등 약 2000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다. 블룸버그는 “직원 중 상당수는 AI 부서로 이동할 것”이라며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성 AI 프로젝트에 집중하게 된다”고 전했다.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진행해 온 애플이 10년 만에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한 셈이다.

핵심 간부들도 줄퇴사하며 혼란

당장에라도 가능할 것 같던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이 뒤로 밀리고, 대세가 될 줄 알았던 전기차 시장도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 문제 등으로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 그런 가운데 완전 자율주행 기술(레벨5)을 구현할 ‘잠룡’으로 여겨졌던 애플이 이를 접고 AI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반 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애플카 출시 시점이 2025년에서 2026년으로 한 차례 연기된 뒤 2028년까지 미뤄졌다고 보도했다. 당초 레벨5 기술을 적용해 핸들과 페달이 없는 이동수단까지 구상했던 애플은 특정 지역과 구간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로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2 플러스(+)’로 목표치를 낮췄다. 테슬라 등이 이미 적용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내부에선 ‘테슬라 모방 제품’(Tesla me-too product)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개발이 지연되자 핵심 인력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더그 필드 부사장은 2021년, 디제이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최근 퇴사했다.

대세이자 미래 기술인 생성 AI 분야에서 애플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애플카 개발을 접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구글·메타 등 주요 빅테크가 생성 AI 경쟁에 앞다퉈 뛰어드는 와중에도 조용한 행보를 유지했다. 올해 초에는 생성 AI 기술을 선도해 온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IT업계에선 최근 삼성전자까지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앞서 나가자 애플이 투자 대비 성과가 낮은 프로젝트를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누라그 라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전기차를 포기하고 생성 AI로 리소스(자원)를 전환하기로 한 결정은 장기적인 수익성 잠재력을 고려할 때 좋은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AI를 선택한 애플의 결정에 주식시장도 일단은 환영 분위기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1% 가까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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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중단하면서, 자율주행차 시장 열기는 더 차갑게 식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애플카 개발을 포기하자 테슬라 등 기존 자동차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하면서도 “이는 암울한 자동차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현지에선 지난해 8월 GM 크루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무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사회적 반감이 커진 상태다. 불안정한 기술 수준 때문에 잇달아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크루즈 택시는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쓰러져 있는 여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6m가량 끌고 가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 이후 크루즈 택시의 운행은 전면 중단됐다.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에 반감을 가진 군중이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 차량을 파손하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수익화에 난항을 겪던 구글 웨이모는 세 번의 인력 감축을 시행했다. GM 크루즈도 최근 전체 직원의 24%인 900여 명을 해고했다.

자율주행차 기술 거부감도 여전

전문가는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려면 기술력을 키우는 동시에 대중의 인식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 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은 보행자나 다른 차량의 돌발 행동 등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수많은 ‘에지 케이스’(edge case)를 학습해 대응해야 해서다. 기술 안전에 대한 불신 등 시민이 자율주행 기술에 느끼는 거부감이 커지면 서비스는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 국내 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관계자는 “코로나 언택트(비대면) 시기 동안 자율주행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며 형성된 버블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며 “오랜 시간 검증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점진적인 기술 발전에 따라 자율주행 기업들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책 『포스트 모빌리티』의 저자 차두원 박사는 “일부 사례만 보면 자율주행 시장 전체가 침체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에도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차량 주행거리는 꾸준히 늘었다”며 “특히 중국은 정부 주도로 자율주행 사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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