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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5촌부터 결혼 허용 검토, 그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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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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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4촌 이내 친족 결혼이 드물지 않았다. 영국은 19세기까지 전체 혼인의 5%가 사촌간 결혼이었다. 스웨덴은 4촌일 경우에만 당국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유전병이 있는지 확인한 뒤 허가한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의 장편 ‘좁은 문’도 사촌 누나와 결혼한 작가 자신의 경험을 녹인 자전 소설이다. 역사도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결혼했다가 그가 죽자 다른 남동생과 결혼했다.

▶동양에서도 드물지 않았다. 신라 김유신 장군은 여동생을 훗날 왕이 되는 친구 김춘추에게 시집보낸 뒤 두 사람이 낳은 딸과 결혼했다. 고려 왕가의 가계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막장 수준이다. 태조 왕건의 많은 자녀가 남매이자 부부였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권력과 부를 독점하려는 목적이 컸다. 다만 그로 인해 큰 대가를 치렀다. 근친 결혼으로 태어난 아기가 저체중과 발달 장애를 앓았다. 생식력도 떨어진다. 용맹한 전사의 나라 스파르타는 무사의 혈통을 지키려고 근친혼을 고집하다가 심각한 저출생에 빠졌던 것이 멸망 이유로 꼽힌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주걱턱 장애를 앓았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근친혼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배우자를 씨족 밖에서 찾은 흔적이 3만4000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나온다. 근친혼을 막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금기도 생겨났다. 모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가 파멸한 오이디푸스왕 이야기도 이런 금기의 반영이었다. 중국은 주나라 시대부터 동성동본 금혼을 시행했고, 우리도 고려 후기 성리학이 수입되면서 같은 길을 걸었다.

▶법무부가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4촌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한다’는 민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법무부 연구 용역에서도 혼인 금지 범위를 4촌으로 축소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여기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자식은 부모 양쪽에서 절반씩 DNA를 받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의 혈연도는 50%다. 4촌은 12.5%다. 그러나 5촌은 6.25%, 6촌은 3.13%, 8촌은 0.78%다. 5촌만 돼도 사실상 남이다. 근친 간 결혼이 곧장 유전병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유럽 왕가들처럼 대를 이어 결혼을 거듭할 때 문제가 된다. 오늘날 이런 식으로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친족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4촌만 넘어도 남으로 사는 시대에 8촌이 모여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모시던 ‘4대 봉사’ 시절 가족 윤리를 고집할 수는 없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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