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지난 27일 개소한 '생물안전3등급(BL3) 실습교육시설'에서 홍주은 생물안전평가과 선임연구원이 교육용으로 특수 제작된 작업대에서 실험실 획득 감염에 대처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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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팬데믹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바이오 인력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 '안전사관학교'를 지었습니다."
지난 27일 충북 오송의 국가병원체자원은행에 '생물안전3등급(BL3) 시설'을 그대로 본뜬 100평 남짓의 실습 교육 공간이 마련됐다. BL3 시설이란 메르스·사스·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탄저균 등 인체 위해성이 높은 3급 감염성 물질을 다루는 연구실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종 감염병을 대비하는 데 BL3 시설과 훈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질병관리청이 국내 최초 연구자 교육 공간을 마련했다. 2022년 1월 착공해 2년여 만에 완성됐다.
고위험 병균체를 다루는 곳인 만큼 BL3 실습 교육 시설의 출입 절차는 엄격했다. 손목과 발목, 코와 입 주변에 일말의 빈틈이 없도록 전신보호복을 온전히 갖춰 입어야 했고, 장갑도 2개 이상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입구에는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실, 샤워실 등이 마련돼 있었으며 사육실, 부검실, 실험실에는 교육용으로 특수 제작된 생물안전작업대, 동물사육케이지 등 각종 검사 기기가 놓여 있었다. 실험 중에 발생하는 감염성 에어로졸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배기량과 급기량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검체를 내·외부로 옮기는 데 사용되는 '패스 박스'는 인터로크(연동 잠금 장치)와 고압 살균 처리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성을 더욱 높였다.
BL3 실습 교육 시설의 책임자인 신행섭 질병청 생물안전평가과장은 "BL3 시설 내에 있는 모든 물질은 이미 오염됐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멸균되거나 3중 수송 포장 형태를 갖추기 전까지는 절대 밖으로 나올 수 없다"며 "안전이 가장 중요한 시설인 만큼 매년 유지·보수에 최소 9000만원씩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가 면허를 따려면 이론·실습 교육을 함께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국내 BL3 시설 이용자들은 이론 공부에 주로 치우쳐야 했다"며 "이번 실습 교육 시설 운영을 통해 국내 감염병 연구 수준을 높이고 전문 인력들의 숙련도를 향상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의 BL3 실습 교육 시설은 3월부터 본격 운영된다. 대상은 BL3 시설 관리자와 사용자, 유지·보수 관계자 등 20여 명(1회 기준)이다. 주요 교육 내용은 개인 보호구를 착·탈의하는 방법과 생물 안전 주요 장비들을 사용하는 법, 실험실 획득 감염(주사에 찔리거나 동물에 물릴 경우)에 대처하는 법, 폐기물과 폐수를 처리하는 방법 등이다. 신정화 질병청 생물안전평가과 연구관은 "기업, 공공기관,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생을 받을 예정"이라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국외 기관에도 실습 기회를 제공해 국제 협력을 도모하고 BL3 시설 방문 투어를 통해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대표적인 규제 혁신 사례로 꼽히는 'BL3 민간 연계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BL3 민간 연계 지원이란 BL3 시설이 없는 기업 혹은 개인이 고위험 병원체 연구를 희망할 때 다른 기업의 BL3 시설을 빌려 사용하도록 질병청이 다리를 놔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BL3 시설이 없으면 병원체가 아닌 핵산 형태의 제한적 연구만 할 수 있다. 앞서 2021년 질병청은 감염병 연구 활성화를 위해 BL3 시설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현재까지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 총 43개 기업·연구소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BL3 연구 시설을 지원받았다.
신 연구관은 "올해부터 지원 대상 병원체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 감염병 병원체로 확대하고, 연구 범위도 백신·치료제뿐 아니라 진단키트 등 보건의료 전 분야로 넓힐 것"이라며 "3월께 접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송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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